정말 봄이 온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경기 바닥 논쟁이 뜨겁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등 소비 심리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조업 일부 분야의 생산과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바닥 탈출의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은 6주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난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2년래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로벌 침체로 수출 부진은 여전하고 고용 상황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수출 회복 없이 나 홀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경제가 최악 국면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반등을 이루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기업 실적과 고용 상황이다. 따라서 15일 발표될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과 씨티그룹(17일) 등 미국 주요 금융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는 향후 경기 판단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고용지표는 경기보다 1~2개월 후행하는 성격을 갖고 있어 쉽게 개선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2,3월은 계절적으로 실업률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다. 2월에 3.9%를 기록한 실업률은 4% 진입이 예상되고, 2월 92만4,000명을 기록한 전체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하면 2001년 3월(112만9,000명) 이후 8년 만이다. 하지만 생산ㆍ소비 부문의 급락세 진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고용 부문의 하강 곡선은 다소 완만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15일)와 JP모건체이스(16일) 등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도 관심사다. 사실 3월 초 시작된 뉴욕증시의 랠리는 금융기관 CEO들이 1,2월에 이익을 냈다고 밝힌 게 촉매제였다. 때문에 금융위기의 주범인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사들이 개선된 1분기 실적을 내놓을 경우 금융시장의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견돼 왔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28조9,000억원의 추경 예산안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법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양도세 중과 폐지의 경우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투기 조장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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