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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행(女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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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행(女幸) 프로젝트

입력
2009.04.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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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프로젝트'라고 해서 어느 여행사 광고겠지 짐작했다. 그러나 괄호 안의 '女幸'이라는 한자를 보고서 그게 아님을 알았다. 여행 프로젝트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를 줄인 말로, '여성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슬로건 아래 서울시가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여성 정책이다. 지하철에 붙어 있는 '여성을 울려라'라는 제목의 인쇄광고는 한 여성이 서울시가 하이힐 굽이 끼기 쉬운 보도블록을 교체해 주어 안심하고 길을 다니게 된 것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담았다.

▦40초짜리 CF에는 보도블록 말고도 직장여성의 탁아를 위한 서울형 어린이집 공인제와 안전한 귀가를 위한 골목길 조명시설개선도 들어 있다. 여행 프로젝트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것들이 여자에게는 불편하고 불공평하고 위험한 '조금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고치고 바로잡아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공시설의 여성화장실 늘리기에서 일자리와 근무환경 개선까지 5개 분야에 모두 90개 프로젝트를 마련하였으니, 여성을 위한 것이라면 없는 게 없다.

▦사회 속의 여성으로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팍팍한지는 통계가 증명한다. 우선 일할 기회가 없다. 지난 2월 기준으로 30대 남성 고용률이 70.7%인 데 비해 여성은 50.3%이다. 스웨덴은 남녀 모두 70%대이다. 대졸이상 고학력 여성조차 60%가 안 된다. 그나마 3분의 2가 파리목숨(비정규직)이다. 여성근로자 77%가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는데 남자와의 임금격차는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구정화 경인교육대 교수가 펴낸 <퍼센트 경제학> 을 보면 여성 4명중 1명은 양육문제로 직장을 중단한다. 사회가 아이를 못 낳게 만든다.

▦그렇게 출산율을 1.26(2007년)으로 떨어뜨리며 악착같이 직장을 다니면 뭐하나. 민간기업의 여성관리자(팀장급 이상)는 12.1%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은 더 심해 정부투자기관은 겨우 1.5%, 정부 산하기관은 6.9%뿐이다. 정부의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대상 공공기관 115개 중 28.6%(33개)는 아예 한 명도 없다. '일에서의 양성평등'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말이 공허하다. 보도블록을 바꾸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해 눈물까지 흘릴 여성은 없다. 여행 프로젝트야말로 좀 거창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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