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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균씨 '소외된 인간'展/ "생활고에 찌든 삶…헐벗은 내 몸뚱이라도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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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균씨 '소외된 인간'展/ "생활고에 찌든 삶…헐벗은 내 몸뚱이라도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입력
2009.04.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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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사북의 검은 사계, 강렬한 태양의 산타페 등을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그린 풍경화로 유명한 오치균(53)씨가 인물화로 전시를 한다. 1980년대 후반 미국 유학 시절 그린 자신의 누드화와 90년대 초에 그린 가족들의 그림 40여점이 '소외된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16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걸린다.

오씨는 미국 유학 시절을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그 때를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충남 대덕에서 10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그는 어렵게 유학을 떠나자마자 사기를 당해 모아둔 돈을 모두 날렸다.

세탁소 다림질, 야채가게 막일, 옷가게 점원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던 그 때, 오씨는 TV 한 대만 덜렁 놓인 좁은 방 안에서 자신의 누드화를 그렸다.

"벌거벗은 나 자신이라도 그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배신감, 낯설고 소통이 안 되는 환경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공포, 가족에 대한 책임감 등이 그림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인체' 시리즈에는 그런 처절한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어두운 방 안, 침대 위에 웅크린 남자의 몸 위로 TV에서 나오는 빛이 쏟아진다. 당시 52㎏이었다는 깡마른 몸의 남자는 마치 프레임에 갇힌 듯 고통스러워 보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나란히 누운 남자의 뒷모습에는 슬픔이 앉았다.

오씨의 인체 시리즈는 90년대 초반 금호미술관 개인전 때 일부 선보인 적은 있지만, 대부분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너무 아픈 기억이라 그간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는 그는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다시 작품을 꺼내보면서 그때의 아픈 마음이 떠오르더라"고 말했다.

오씨는 최근 몇 년간 한국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의 한가운데 서있었던 블루칩 작가다.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그림값이 10배가 넘게 뛰기도 했지만 최근의 경기침체는 그의 그림값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씨는 "솔직히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굉장히 '업 된' 건 사실이지만 현실감은 없었다. 오히려 불경기인 요즘에야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판매는 하지 않는다. 5월 10일까지. (02)2287-3500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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