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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놈의 기적' 모험심 유전자, 말썽쟁이 소년을 위대한 과학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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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놈의 기적' 모험심 유전자, 말썽쟁이 소년을 위대한 과학자로

입력
2009.04.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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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벤터 지음·노승영 옮김/추수밭 발행·556쪽·2만5,000원

1980년대 세계 각국은 사람 유전체의 전체 DNA 30억쌍을 해독하는 야심찬 구상을 했다. 1990년 출범한 이 인간게놈프로젝트(HGP)는 수년간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1990년대 말 급물살을 타면서 예상보다 이른 2001년 초안이 완성됐고 2003년 인간게놈은 완전히 해독됐다. 이는 미국의 벤처 셀레라 지노믹스 사가 빠르고 값싸게 게놈을 분석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 속도경쟁을 벌인 덕분이었다. 세계와 맞붙은 셀레라의 크레이그 벤터 대표는 '게놈시대의 총아'였다.

벤터가 쓴 <게놈의 기적> 은 모험심 유전자라도 있는 듯,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다. 제목만 보면 과학책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천둥벌거숭이 어린시절부터 찬란했던 게놈 연구 안팎, 인공생명체에 대한 관심까지 버무린 자서전이다.

벤터는 "밖에 나가 놀라"는 부모와 수학천재 형 밑에서 자란 말썽꾸러기 둘째였다. 어릴 때는 손수레와 모터보트 만들기, 달리는 열차에 매달리기 등에 정신이 없었다. 학교성적은 물론 바닥이었다. 그러나 경쟁만 붙으면 그는 이기기 위해 괴력을 발휘했다. 군에서는 명령서를 조작해 영창을 피했다고 고백하면서도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운명을 개척하면 보상이 따른다"고 말한다.

어쨌든 베트남전 의무병으로 근무하며 생명이 얼마나 부질없고 또 질긴 것인지를 깨달은 그가 뒤늦게 의학 공부에 빠진 것은 인류의 과학의 진보에 보탬이 됐다. 정부측 책임자와 파트너로 나란히 백악관에 서서 게놈 초안의 공동발표를 선언한 2000년 6월은 물불 가리지 않는 이 모험가의 인생에서 한 절정의 순간이었다.

사실 당시 정부측 HGP와 민간측 벤터 사이에 반목과 질시는 극에 달했다. 2001년 2월 논문은 결국 '네이처'(HGP)와 '사이언스'(셀레라)에 나뉘어 발표됐고 연구계, 제약업계, 학술지 사이의 비난이 시끄럽게 오갔다. 당시 상황을 아는 독자라면 벤터가 속속들이 뒤집어 밝힌 내막을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벤터는 당시 "게놈 정보를 상업화한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제약업체의 후원을 받은 HGP가 약삭빠른 행태를 보였다고 말한다. 제임스 왓슨만큼이나 물의를 일으킬 만한, 거칠 것 없는 한 과학자의 인생 이야기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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