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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판타지 소설 '고구려…' 출간 정지아 "고구려 쇠락의 원인 흥미롭게 펼쳐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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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판타지 소설 '고구려…' 출간 정지아 "고구려 쇠락의 원인 흥미롭게 펼쳐봤죠"

입력
2009.04.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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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기하는 중원의 당나라와 국토의 남쪽을 위협하는 신라의 압박 속에, 당에 대한 강경ㆍ온건정책을 둘러싼 정치파벌 간 극심한 내부대립이 격화되고 있던 고구려 영류왕 시기(재위 618~642). 고구려의 엘리트 무사 양성기관인 국선당에 여덟 명의 소년소녀가 모여든다.

영류왕의 후손인 태자 왕권, 고구려 정계 실력자의 두 아들 연일우와 연일복, 패망한 서돌궐 추장의 아들인 흑무, 노예 출신인 나부, 귀족 자제인 우레미강, 그리고 을지문덕의 손자 을지소와 연개소문의 딸 연이련.

정지아(44)씨의 역사판타지소설 <고구려 국선랑 을지소> (전2권ㆍ랜덤하우스 발행)는 신분과 출신에 따라 입신, 생존, 권력투쟁 등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국선당에 모인 여덟 명의 고구려 젊은이들의 갈등과 대립, 모험과 성장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가장 애정을 쏟는 인물은 을지소. 그는 어려서부터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거잖아. 칼이든 활이든 누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다 싫어"라고 했던 평화주의적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대당 온건파인 영류왕을 시해한 연개소문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는 캐릭터다.

두 인물은 각각 중국의 패권주의적 이데올로기인 대천(大天) 사상, 자생(自生)과 공생(共生)을 함께 도모했던 고구려의 소천(小天) 사상의 대립을 상징한다. 수당의 공세까지 막아낸 고구려가 쇠락하게 되는 원인을 소천 사상을 상징하는 을지소의 좌절과 대천 사상을 상징하는 연개소문의 권력 장악으로 보는 작가의 시각이 흥미롭다.

"대륙 진출을 꾀했다는 이유로 고구려를 패권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후대의 해석일 뿐"이라는 정씨는 "오히려 타 민족에 너그럽고 포용적이었던 고구려의 이념에 관심이 생겨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 (1990)을 비롯해 소설집 <행복> (2004), <봄빛> (2006)에서 패배와 실패의 길을 택한 사람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이들의 운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작가 정씨의 주제의식이 이번에는 멀리 고구려를 시대 배경으로 한 역사판타지에도 투영된 것이다.

"사람이 한 방향으로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가보고 싶은 대로 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장르소설에 도전한 계기를 설명한 정씨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연내 출간 목표로 장편소설 <8만5000원>(가제)을 집필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작고한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장례식 기간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재라고 한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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