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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노사 뭉친다/ <상> 고통 분담에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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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노사 뭉친다/ <상> 고통 분담에 한 목소리

입력
2009.04.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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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핵심은 금속노조다. 그 중에서도 춘투(春鬪) 때면 어김없이 선봉에서 강경 투쟁을 이끌어온 게 현대자동차 노조다. '대결'과 '투쟁' 이외에는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 힘들었던 현대차 노조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측과 손을 맞잡기 시작했다. 사실 글로벌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자동차업계는 지금 생존과 몰락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예전처럼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현대차 노사의 변화를 초래한 주요인인 셈이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 상생을 위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일감 나누기, 노사관계 선진화 등 자동차 노사의 향후 과제를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현대자동차가 9일 배포한 보도자료는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차 노사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특별노사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노사가 자동차 시장의 수요 급감 등 앞으로 닥쳐올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는 부연설명도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공장을 비롯해 각 공장의 노조간부와 공장장 등 노사대표 각 20명 내외로 구성된 특별노사협의체에서 각종 경영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4월 춘투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파업 등 극렬 투쟁을 서슴지 않던 현대차 노조의 입장이라고 여기기엔 너무도 극적인 변화였다.

기아차 노사의 '상생' 움직임도 최근 두드러진다. 김종석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은 2일 일산 킨텍스 서울국제모터쇼에서 열린 '쏘렌토 R' 신차 발표회에 참석, "자동차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당면 경제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내기 위해 현재의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나서 자구 의지를 직접 밝힌 셈이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이 경비 절감을 위해 3일 제안한 각종 복리후생제도 축소 방안도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임단협 때면 첨예하게 맞서왔던 일감 나누기, 혼류 생산방식을 놓고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업계에선 "그간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던 후진국형 생산체제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실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1일 그간 울산 3공장에서 독점하던 '아반떼' 생산물량을 2공장으로 일부 이전하고, 1공장 '베르나' 생산을 늘리는 등 공장간 생산물량 조정에 합의했다. 특히 물량공동위원회를 상설 운영키로 함에 따라 향후 생산량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기아차 노사도 광주공장의 엔진 단종으로 발생한 잉여인원 131명을 봉고트럭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으며, 화성 3공장에서 생산하던 '오피러스' 물량을 소하리 1공장으로 이관하는 데 합의했다. 또 소하리 2공장에서 생산하던 소형차 '프라이드'를 1공장과 공동 생산하며 일감나누기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근무하지 않아도 지급하던 잔업수당 2시간분 지급을 폐지했으며 대신 무분별한 생산라인 중단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에선 현대ㆍ기아차의 노사 관계가 180도 달라진 데 대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공멸을 피해야 한다'는 명분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조에 발목이 잡힌 GM과 노사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GM대우, 쌍용차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지적이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학과 교수는 "현대ㆍ기아차의 달라진 노사 관계가 위기의 한국 경제를 되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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