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검찰에 출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이날 오전 9시10분부터 오후 11시40분까지 14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조사를 마치고 지치고 굳은 표정으로 검찰청사 밖으로 나온 건호씨는 조사 내용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흰색 SM5 승용차에 올라 검찰청사를 빠져 나갔다.
이에 앞서 건호씨가 미국에서 귀국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하게 이뤄졌다.
9일 오후 11시50분(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자택을 나선 건호씨는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인천행 직항편을 이용하지 않고 일본 도쿄로 이동했다. 취재진을 따돌리려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11일 오후 10시46분 인천에 도착하는 아시아나 항공기 탑승 사실이 미리 알려지는 바람에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수십명의 취재진과 마주쳐야 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건호씨는 공항을 빠져나갔고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됐다.
건호씨의 검은색 체어맨 차량은 공항 고속도로를 시속 200㎞로 질주했으나 좀처럼 취재진을 따돌리지 못했다. 건호씨 차량은 12일 오전 1시30분 서울 도곡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면서'엄폐'를 시도했다. 그러나 취재차량이 이곳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건호씨 차량은 20여분 뒤 다시 지상으로 나왔다.
재개된 추격전은 결국 오전 2시쯤 건호씨 차량이 좁은 일방통행로로 들어서면서 종료되는 듯 했다. 그러나 체어맨 차량이 길을 막은 사이 건호씨가 갑자기 차량을 빠져 나와 뛰기 시작했고 미리 준비돼 있던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는데 성공했다. 취재진이 그를 쫓았을 때는 이미 사정거리를 벗어난 뒤였다.
건호씨는 12일 오전 검찰에 출석할 때도 취재진을 따돌렸다. 취재진은 이날 새벽부터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의 모든 입구에 진을 쳤으나 오전 9시30분 "건호씨가 20분 전 출석했다"는 통보를 받고 허탈해 하기도 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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