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쓴 시, 화가의 그림을 작곡가들이 음악으로 만들었다. 음악과 문학, 음악과 미술의 행복한 만남을 보여줄 두 음악회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오선보에 옮긴 시, 음표가 된 그림을 '들을' 수 있다.
■ 작곡가 강은수의 즐거운 편지
강은수씨는 시인 황동규의 시로 노래와 기악곡을 작곡했다. 22일 오후 7시30분 세종체임버홀에서 들을 수 있다.
강씨는 1980년대 초반 독일 유학 시절 친구가 보내준 편지에 적힌 시를 보고 반했다. 황동규 시인의 시 '시월'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1993년 연가곡으로 만들었다.
그는 2002년 황 시인의 연작시 '풍장' 70편 중 16편을 골라 합창과 소프라노, 바리톤, 기악 앙상블을 위한 곡을 쓴 데 이어 2005년 '봄날에'를 가야금독주곡으로, 올해는 '기항지'를 대금독주곡으로 작곡했다.
이번 음악회는 '작곡가 강은수의 즐거운 편지'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즐거운 편지'는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고 시작하는, 황 시인의 시다.
독창과 이중창, '4대의 호른을 위한 서주와 진혼곡' 등 기악곡으로 구성한 이날 프로그램에는 노래 두 곡의 세계 초연이 포함돼 있다. 메조 소프라노와 아코디언을 위한 가곡 '봄날에'(2006), 바리톤과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이제 당신은 연인'이다. 두 곡은 강씨가 독일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인연을 기려 가사를 독일어로 옮겨 썼다.
한국 초연인 클라리넷 독주곡 '어머니 전상서'는 유학 시절 어머니에게서 받았던 즐거운 편지에 답장하는 음악 편지다. 대금 임재원, 가야금 이지영, 소프라노 박진희, 클라리넷 계희정씨 등 여러 연주자가 참여하고, 방송인 강석우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와 시 '즐거운 편지'를 낭송한다.
■ 화음 프로젝트의 클림트 음악회
미술(畵)과 음악(音)의 만남을 꾸준히 해온 실내악 그룹 '화음(畵音) 프로젝트'는 구스타프 클림트 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주제로 음악회를 한다. 15일부터 5월 13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오후 6시.
클림트의 그림 '비 온 후'를 음악으로 옮긴 작곡가 김성기씨의 비올라 독주곡 '모놀로그', 클림트의 '유디트 1'에서 받은 느낌을 소리로 엮은 임지선씨의 '황금빛 비밀-클림트의 고백'을 클림트와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말러와 쇤베르크의 음악과 함께 연주한다. 클림트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주제로 그린 '베토벤 프리즈'를 기념해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2번도 연주한다.
화음 프로젝트는 화랑이나 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을 주제로 작곡가들에게 8분 내외의 실내악곡을 위촉해 그 작품이 놓인 전시장에서 연주해 왔다. 2002년 시작해 그동안 40여 명의 작곡가가 참여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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