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정보가 서로 일치한다는 것, 정말 큰 인연이잖아요. 제 작은 용기로 한 생명이, 한 가정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큰 보람이죠."
40대 여성 공무원이 자신의 골수를 두 차례나 기증, 2세 여아와 15세 여학생의 생명을 살려 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의회 비서실 소속 윤은진(40)씨. 윤씨의 골수 기증 사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병으로 입원 중이던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우연히 서울대 병원 골수기증 센터에 들르면서 부터다.
"당시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던 입양아 성덕 바우만 씨 사연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온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잖아요. 그 기사를 보고 여건이 되면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증 동의서를 작성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씨의 가족들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윤 씨의 아버지는 69년 국내 최초로 연탄가스 중독 치료장비를 개발한 고(故) 윤덕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대 교수로 일하는 두 오빠도 윤 씨가 골수 기증 의사를 밝히자 "환자의 아픔을 직접 지켜보는 우리가 어떻게 말리겠느냐"며 격려했다. 그러나 실제 '골수를 기증해 달라'는 연락이 오자 '덜컥' 겁이 났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골수채취를 앞두고 많이 두려웠지만 통증도 없고 하루 이틀 입원만 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이 가능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특히 두 살 배기 여자아이가 자신의 골수를 받고 부작용 없이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두 번째 기증 의사를 물어왔을 때는 잠시 망설였다. 주변에서는 "늦게 결혼(2007년)을 한데다 임신도 해야 하는데 건강에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니냐"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이식 대상자가 중3 여학생이라는 얘기에 곧바로 기증을 결심했다.
윤 씨는 이 같은 기증 사실을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조차 비밀에 부쳤다. 하지만 '조혈모세포 협회가 윤씨에게 방송 출연을 부탁했다가 거절 당했다'는 사연을 접한 경기도의원이 '소문'을 내면서 주위에 알려졌다.
'협회에서 또 기증 의사를 물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윤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당연히 세 번째 대답도 '예스'에요"라고 했다.
윤씨는 "골수는 화수분과 같아 주위에 나눠줘도 문제가 없는 만큼 기증자들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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