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시 직접 반박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기정사실로 보도되고 있으니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사실과 다른 이야기'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자신의 요구로 1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보도. 노 전 대통령은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고 부인했다.
지난 7일의 사과문, 8일 올린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검찰의 프레임이 다르다"는 반박에 이어 세 번째 대응이다.
그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며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이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100만 달러와 3억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구차해 내가 그냥 지고 가자고 사람들과 의논도 해보았지만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며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다.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몰랐다니 말이 돼?'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증거"라며 "어떤 노력을 해도 제가 당당해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일단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회장이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전달한 100만 달러 외에 나머지 3억원도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의 판단과 다른 내용.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2006년 8월 현금 3억원, 2007년 6월 100만 달러를 받아 이 중 3억원을 개인 몫으로 챙기고 1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권 여사가 받은 것이라고 밝혔는데 왜 자꾸 노 전 대통령이 부탁해서 받은 것처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이 권 여사가 13억원을 받았다는 말을 근래에 들은 뒤 불같이 화를 내면서 기운이 다 빠져 탈기(脫氣) 상태까지 갔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글을 올리기 전 참모들과 협의했다"면서 "부끄럽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검찰과 언론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해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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