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상옥(1926~2006) 감독의 '연산군'이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연산군'은 생전 신 감독이 "졸작 중 졸작"이라며 한때 폐기를 시도했던 영화지만 영화계에선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는다. 납북과 탈북 등 굴곡진 삶을 살다 간 신 감독처럼 그의 영화도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연산군'의 디지털 복원판이 내달 13일 개막하는 제62회 칸 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초청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클래식 부문은 세계의 고전영화를 추려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으로 2007년 신 감독의 '열녀문' 복원판이, 지난해에는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 복원판이 각각 상영됐다.
'연산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죽음 때문에 광기에 사로잡힌 연산군의 삶을 담은 영화로 1961년 신정 연휴 때 개봉됐다. 그 해 구정에 제2편인 '폭군 연산'을 한 달 만에 만들어 개봉했어야 할 만큼 당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제1회 대종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등 8개 부문 상을 휩쓸었으며 궁중 사극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신 감독의 부인 최은희씨는 2007년 발간한 자서전 <고백> 에서 "궁중 사극 복식의 기준을 마련한 작품"이라고 '연산군'을 평가했다. 고백>
그러나 정작 신 감독은 생전에 '연산군'과 '폭군 연산'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표시했다. 북한에 있던 시절 한국의 형에게 보낸 비밀 서신을 통해 "'연산군' 전ㆍ후편 원본을 찾아 불살라 버리라"고 당부했을 정도였다.
신 감독은 사후에 출간된 자서전 <난, 영화였다> (2007)에서 "'연산군'은 신정에 맞춰 두 달만에 완성했고, 흥행업자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한 달만에 '폭군 연산'을 만들었다. 견딜 수 없는 치욕"이라고 밝혔다. 난,>
2000년 신 감독은 '연산군'과 '폭군 연산'에 임의로 가위를 들이댔다. 영상자료원 관계자는 "신 감독이 두 영화를 대출받아 '연산군'은 15분, '폭군 연산'은 45분을 각각 잘라낸 뒤 반납했다"고 밝혔다. 칸에서 상영될 '연산군' 복원판은 신 감독이 15분을 들어내고 새로 편집한, 일종의 감독판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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