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서투르고 조급한 일 처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큰 혼란이 일고 정책 신뢰도 추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4월 국회에서의 법 개정을 전제로 3월 중순부터 시행해온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이 야당은 물론 여당의 지지조차 얻지 못해 '유령정책'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초 이 방침을 발표할 때 정부는 "당정협의를 충분히 거쳤고 일부 의원이 반대해도 국회 통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으나 이 말이 거짓이었거나 국회 압박용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방침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반대의사를 밝혀온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엊그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부동산 투기 재연을 막기 위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며 내주에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의 서병수 위원장도 부정적 입장에 가세하며 현실적으로 4월 국회 처리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적어도 여당 원내지도부 차원에서는 정부안을 원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여당 입장은 4ㆍ29 재ㆍ보선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해석도 있다. 선거에서 제기될 야당의 부자감세 공세를 우선 피한 뒤 5월 말쯤 정부안을 약간 손질해 처리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개정안 처리일정과 내용에 혼선이 생긴 것만으로도 시장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일선 세무서에는 관련 민원이 쇄도하고 있으나 세무서는 방침을 몰라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하는 형편이다.
정책의 파장과 부작용을 세심하게 따져보지 않는 정부의 무모함과 둔감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죽는데 찬밥, 더운 밥 가릴 때냐"고 강변하겠지만 투기 의혹이 짙은 소수의 다주택자까지 국회의 입법권 침해 혹은 행정 편의주의 논란을 무릅쓰며 무리하게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그것도 올해 초 내놓은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완화조치의 효과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말이다. 돈과 규제를 마구 풀면 언젠가 경제는 살아나겠지만 그 후유증은 어떻게 감당할지 실로 걱정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