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 탈크' 의약품에 대해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를 내린 다음날인 10일 병원과 약국, 환자들 사이에서 큰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의사가 관련 사실을 모른 채 처방전을 발급했다가 약국에서 퇴짜 맞는 경우가 빈번했으며, 이 과정에서 환자는 병원과 약국을 서너 차례 오가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해당 품목이 1,000여개에 달해 상당수 의사들은 판매금지 약품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강동의 한 개인병원 의사는 "주로 고혈압 환자가 많아 관련 약품은 다 알아뒀는데, 감기 환자가 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판매금지) 목록에 있는 것을 처방했다"며 "약국에서 전화로 알려줘 다시 처방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 병원은 대형 병원과 달리 컴퓨터 처방프로그램에 금지 약품 목록을 별도로 기록할 수가 없어서 비슷한 실수가 빈발했다.
대부분의 약국에서도 처방전에 쓰여진 약품을 일일이 판매금지 목록과 대조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서울 광진구의 한 약사는 "처방전을 꼼꼼하게 살피느라 조제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더 걸렸다"며 "판매금지 조치된 약품에 대한 처방전을 3, 4개 가량 발견해 병원에 알렸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약사도 "전날 발표된 목록을 살펴봤더니 40여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어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해당 품목을 별도로 보관했다"고 말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환자들이었다. 일부 환자들은 의사 처방전에 석면 약품이 들어 있지 않을까 불안해 했다. 중랑구 묵동의 김모(30ㆍ여)씨는 "아이에게 먹일 약은 모두 빻아서 조제해 주니 뭐가 들어있을지 몰라 찜찜해 의사와 약사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장기 복용 환자들이 약을 가지고 와 확인을 요청해 무료로 상담을 진행했으며, 회수 약품 복용 환자에 대해서는 대체 약품으로 바꿔줬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당국의 편의적 행정으로 국민 불안만 가중되고 해당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동국제약과 한림제약 등은 "석면 탈크를 쓰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식약청이 엉뚱한 조치를 내렸다"고 비난했다.
대한제약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정한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경제적ㆍ사회적으로 감당키 어려운 타격을 보게 돼 매우 당혹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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