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점
손택수
뿌연 안개 너머로 별이 보인다
길을 가다 가끔씩 그 별을 바라본다
흐트러진 숨을 가지런히 하고
골똘하게 시선을 별에 비끄러맨 채
한참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별이 조금씩 살아,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아, 별이 흐르는구나
별도 나도 어딘가로 글썽이며 흘러가고 있구나
보일 듯 말 듯
그, 흐릿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멈춤, 그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
흘러가던 별도 나도 잠시
서로 눈을 맞춘다
덥고 비린 살갗에
한 점 물방울이 뭉쳐진다
우리는 혼자 걸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외롭거나 불안하지 않다. 하늘의 내비게이션처럼 별들이 우리의 길을 알려주지 않는가? 생(生)은 하나의 좌표 위에 놓인 점처럼, 또는 복잡한 노선도 위의 정거장들을 주파하는 열차처럼, 별들의 궤도 안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또 사라진다. 그렇게 우리는 우주의 일부이다. 그러니 오늘 인생의 열차표를 손에 쥐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이여, 삶의 행로가 궁금한 이여, 별빛의 위안 속에 얼굴을 묻으라.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 손택수
1970년 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 신동엽창작상(2004), 오늘의 젊은예술가상(2007), 이수문학상(2007) 등 수상. 목련>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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