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검찰 소환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극비리에 이뤄졌다.
권 여사는 1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 40분까지 부산지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12일 오후 3시 40분께 공개할 때까지 소환 사실은 외부로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은 7일 노 전 대통령이 공개 사과문에서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며 권 여사가 박연차 회장을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을 때부터 권 여사 소환 시기를 저울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 소속 검사 2명을 부산으로 보내 권 여사를 조사했고 소환 통보는 전날인 10일에야 이뤄졌다. 검찰의 질문은 박 회장이 정상문 전 비서관을 통해 제공한 100만달러 수수과정에 권 여사가 얼마나 개입했는지, 노 전 대통령이 사전에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집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기획관은 "현실적으로 권 여사 추가 소환이 어려워 물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물었고 (권 여사도) 충분히 답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 여사를 대검 중수부가 아닌 부산지검에서 조사한 이유에 대해 "거리상 부산에서 조사하는 게 시간이나 편의를 위해 좋을 것 같아 배려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권 여사에 대해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예우를 지키면서도 11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펼쳤고, 권 여사는 조사 과정에서 "힘들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의 김경수 비서관은 "권 여사는 11일 오전 9시 사저를 출발해 검찰 조사를 받은 후 밤늦게 귀가했다"며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였고 12일은 하루종일 사저에서 쉬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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