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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책의 공화국에서' 김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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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책의 공화국에서' 김언호

입력
2009.04.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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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러 이론과 사상이 교류하며 통합되는 가장 민주적인 형식이자 내용입니다. 시대의 성찰과 학문이 구현되는 지성의 공화국인 거죠."

김언호(64ㆍ사진) 한길사 대표가 33년 걸어온 출판 외길을 도톰한 책 한 권에 묶었다. <책의 공화국에서> 라 제목을 붙인 이 '한 출판인의 출판운동 보고서'에는 김 대표가 만난 '시대의 현인'들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책을 만들며 느꼈던 생각이 담겼다. 함석헌, 리영희, 이오덕, 박현채, 에릭 홉스봄 등 김 대표가 우직하게 문자에 담았던 인물들의 육성이 페이지를 채운다.

"나는 출판인에게 주어진, 주어지고 있는 시대의 과제가 있다고 봐요. 출판인은 이런 현인들의 정신과 사상과 실천을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건 하루아침에, 한 권의 책으로 다 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1975년 신문사에서 해직되고 이듬해 출판사를 차리고부터 그의 일은 "책을 통해 시대를 말하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우상과 이성> <해방전후사의 인식> <분단을 넘어서> 등 그런 작업의 결과에는 늘 '검열'이니 '판금'이니 하는 것들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통제가 오히려 책의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책은 다양해야 합니다. 여러 성격의 책들이 한 데 어울려 그 시대의 문화를 이루는 거겠죠. 지금은 지나친 물질주의의 시대가 아닌가 해요. 상업주의도 물론 필요하지만,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제어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은 인간 정신을 깨어있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비판적 성찰'이 지금 출판인에게 주어진 책무이겠죠."

책에는 프랑스의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 <로마인 이야기> 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등 세계적 저술가들과의 대담도 수록했다. 또 '한길역사기행' 등 출판을 매개로 김 대표가 진행했던 '신명나는 문화운동'의 추억도 담겨있다. 김 대표는 그런 33년 출판 인생을 "항상 즐거운 일이 가득했던 축제였다"고 말했다.

"책 없이는 민주주의도, 새로운 과학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여전히 저자를 독촉하고 원고를 읽느라 바쁘다. 최근엔 파주출판문화도시를 인문운동의 허브로 만들자는 기획을 진행하는 일도 떠맡았다. 그는 책의 서언에 이렇게 썼다. '고맙습니다.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되어, 정말 고맙습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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