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여러 이론과 사상이 교류하며 통합되는 가장 민주적인 형식이자 내용입니다. 시대의 성찰과 학문이 구현되는 지성의 공화국인 거죠."
김언호(64ㆍ사진) 한길사 대표가 33년 걸어온 출판 외길을 도톰한 책 한 권에 묶었다. <책의 공화국에서> 라 제목을 붙인 이 '한 출판인의 출판운동 보고서'에는 김 대표가 만난 '시대의 현인'들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책을 만들며 느꼈던 생각이 담겼다. 함석헌, 리영희, 이오덕, 박현채, 에릭 홉스봄 등 김 대표가 우직하게 문자에 담았던 인물들의 육성이 페이지를 채운다. 책의>
"나는 출판인에게 주어진, 주어지고 있는 시대의 과제가 있다고 봐요. 출판인은 이런 현인들의 정신과 사상과 실천을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건 하루아침에, 한 권의 책으로 다 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1975년 신문사에서 해직되고 이듬해 출판사를 차리고부터 그의 일은 "책을 통해 시대를 말하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우상과 이성> <해방전후사의 인식> <분단을 넘어서> 등 그런 작업의 결과에는 늘 '검열'이니 '판금'이니 하는 것들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통제가 오히려 책의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분단을> 해방전후사의> 우상과>
"책은 다양해야 합니다. 여러 성격의 책들이 한 데 어울려 그 시대의 문화를 이루는 거겠죠. 지금은 지나친 물질주의의 시대가 아닌가 해요. 상업주의도 물론 필요하지만,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제어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은 인간 정신을 깨어있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비판적 성찰'이 지금 출판인에게 주어진 책무이겠죠."
책에는 프랑스의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 <로마인 이야기> 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등 세계적 저술가들과의 대담도 수록했다. 또 '한길역사기행' 등 출판을 매개로 김 대표가 진행했던 '신명나는 문화운동'의 추억도 담겨있다. 김 대표는 그런 33년 출판 인생을 "항상 즐거운 일이 가득했던 축제였다"고 말했다. 로마인>
"책 없이는 민주주의도, 새로운 과학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여전히 저자를 독촉하고 원고를 읽느라 바쁘다. 최근엔 파주출판문화도시를 인문운동의 허브로 만들자는 기획을 진행하는 일도 떠맡았다. 그는 책의 서언에 이렇게 썼다. '고맙습니다.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되어, 정말 고맙습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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