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검찰은 그러나 “진술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극복해야 할 부분이고, 크게 장애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처럼 영장기각에 담담한 반응을 보이며 미련을 정리한 것은, 큰 틀에서 금품수수 자체는 당사자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전 비서관도 금품을 받아 전달한 것은 시인하기 때문에, 영장기각으로 인해 앞으로 수사에 크게 장애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 전 비서관은 박연차 회장에게서 100만 달러를 받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한 것까지 인정하고 있다. 물론 검찰은 권 여사가 아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최소한 금품이 오간 자체는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금품을 요구하고 받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인지, 권 여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는 영장기각이 상당한 장애가 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중간에서 돈을 받아 건넨 정 전 비서관은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은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것과 일치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이 권 여사에게 혐의를 미루기로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지만, 권 여사가 남편 몰래 단독으로 돈을 받았다면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해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당사자들이 말을 맞출 가능성을 줄이려 했지만, 영장기각으로 계획이 어긋났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아 전달한 2007년 6월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 조사를 검토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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