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역대 정부의 뇌물실태를 고발한다며 각 정권 재임기간별 뇌물 사건에 대한 통계분석 자료를 내놓았으나, 근거가 취약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가 아니라 모호한 기준에 의해 걸러진 언론보도를 토대로 한 분석결과에 대해 자의적인'이슈 만들기'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경실련은 9일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재임기간 중 적발된 뇌물사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참여정부 때 적발된 뇌물 총액이 1,217억원으로 이들 3개 정권 전체 뇌물액의 61.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때 적발된 뇌물 건수는 266건으로, 문민정부(267건)와 엇비슷했지만 뇌물 규모면에서는 문민정부(421억원) 때의 2.9배, 국민의 정부(282억원) 때의 4.3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를 근거로 "참여정부가 진보정권이라는 도덕적 우월주의와 개인적 도덕성에 기대어 부패를 예방할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이 같은 분석의 자료로 각 언론사 기사를 모은 한국언론재단의 통합뉴스데이타베이스(KINDS)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으로 뇌물의 규모나 건수를 비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경실련은 KINDS를 근거로 참여정부 5년간 적발된 뇌물 사건(구속기준)이 266건이라고 발표했으나, 대검찰청 범죄분석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에만 공무원 뇌물사건이 368건이 발생해 449명이 기소됐고 이중 140명이 구속됐다.
경실련은 또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2001년, 2002년의 뇌물 수뢰자가 각각 21명, 29명, 45명이라고 분석했으나 대검찰청 자료에서는 이 기간 구속자만 해도 각각 144명, 157명, 390명에 달했다.
언론들이 서울과 지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자사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취사 선택하기 때문에 이를 통계분석의 근거로 삼을 경우 실태가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KINDS에 실린 기사가 전체 언론보도의 일부에 불과하고, 게재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실련은 언론 기사에 뇌물액수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경우 '100만원'으로 처리하고, 한 기사에 여러 뇌물 건이 동시에 나올 때는 뇌물금액이 가장 큰 것만 한 건으로 처리하는 등 자의적인 해석도 남발했다. "이슈를 만들기 위한 졸속 분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실련은 지난달에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분석했다며 "정책의 87%가 건설사나 유주택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부 발표 정책 중 건설사나 유주택자 지원 내용이 포함되면 '특혜 정책'으로 단순 분류해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이슈 만들기에 급급해 정책적 대안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관계자는 "분석 자료의 한계를 인정한다"면서도 "일반인이 그나마 부패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길은 언론 보도 외에는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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