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총선이 9일 55만여개의 투표소에서 치러졌다. 투표는 이날 오전 7시 시작돼 낮 12시 끝났다. AFP통신 등 외신은 동부 파푸아주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원주민과 경찰이 충돌, 6명이 숨진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사고 없이 선거가 치러졌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560명의 의원을 뽑으며 개표 결과는 다음달 9일 발표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여론조사 기관의 출구조사 결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으며 투쟁민주당(PDIP)이 그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수하르토 군부의 32년 장기독재 체제가 끝난 뒤 세 번째로 치러진 이번 총선은 7월 8일 대선을 석 달 남짓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후보를 낸 38개 정당도 전체 의석 가운데 5분의 1을 획득하거나 25%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야 정당 혹은 정치연합으로 대선 후보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선거전이 치열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총선은 개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다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개혁 성향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또 다시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보도했다. 선거 전 실시된 세 번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이 이끄는 PDIP 등을 제치고 1위를 고수했다.
인구의 85%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이지만 이례적으로 이슬람 정당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번영정의당(PKS), 연합개발당(PPP) 등 거대 이슬람 정당들은 지난 총선에서는 38.4%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5% 안팎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이슬람계 정당의 강경파가 여성의 의복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유권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파푸아주에서는 반군으로 추정되는 원주민들이 경찰지서 등을 습격해 6명이 숨지고 대학 건물 등이 불에 탔다. 바구스 에코단토 파푸아주 경찰청장은 이날 새벽 1시께 화살과 칼, 창 등으로 무장한 80여명이 주도 자야푸라의 경찰지서를 급습했다고 밝혔다.
파푸아주에서는 최근 총선 거부와 함께 독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계속됐으며 6일에는 경찰이 발포한 총탄에 시위대 4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파푸아주는 1969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됐으며 일부 주민은 이후 반군단체인 자유파푸아운동을 중심으로 무장투쟁을 하며 분리 독립을 요구해왔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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