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기 군포시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공부방 '꿈의 집'을 찾은 진영(11ㆍ여ㆍ가명)이의 모습은 또래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도, 몸집은 7세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작았다.
음식을 먹으면 금방 토해 버리는 식이장애는 물론, 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유분증(遺糞症)까지 갖고 있었다. 이런 진영이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엄마 아빠는 진영이가 젖먹이 때 곁을 떠났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인 칠순의 할머니가 홀로 힘겹게 진영이를 돌봐왔다.
진영이의 삶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 것은 사회복지사 이기진(28ㆍ여)씨를 만나면서부터. 이씨는 꿈의 집을 찾은 진영이를 정성껏 돌보기 시작했다. 정서장애로 입을 꼭 닫은 채 꿈의 집을 드나들던 진영이에게 매 끼니를 자상하게 챙겨주는 어머니가 됐다가, 때로는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랑으로 다가서자 진영이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깡마르고 작았던 체구에 점차 살이 올라 또래 아이들 만큼 훌쩍 컸고, 무조건 기피하던 공부에도 조금씩 흥미를 느끼며 학교 수업을 따라갔다.
하지만 진영이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남 모를 허전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보통 아이들처럼 놀이공원을 찾아 마음껏 뛰놀거나,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신나게 건반을 두드리고도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곳 아이들 대부분이 여가 생활이 불가능한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라, 평범한 집 아이들의 생활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며 "예산 부족 때문에 공부방 운영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난한 소녀의 꿈은 오래지 않아 실현됐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저소득 가정의 어린이 및 청소년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우리사랑나눔교실'이 지난해 꿈의 집에 둥지를 튼 것이다. 우리사랑나눔교실은 전국의 영업점 인근 사회복지시설과 결연을 맺어 학습지원 및 문화나눔 활동 등을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우리은행 이학만 IT기획부 차장은 "직장 생활 때문에 매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 아이들과 현장탐방 기회를 많이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난생 처음 서울 롯데월드를 찾아 TV에서나 보던 놀이기구도 타 보고,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도 타 봤다. 너무나 먹고 싶었던 햄버거도 실컷 먹었다.
"스케이트 신발을 신을 때 꿈만 같았어요. 우리를 놀이공원에 데리고 간 삼촌과 이모들이 너무 고마웠어요." 당시를 회상하는 진영이의 얼굴에 들뜬 표정이 역력하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현장탐방 외에도 아이들을 본사로 불러 컴퓨터 및 경제교육, 영업점 견학을 시키는 등 아이들의 친구가 돼 주었다.
지난달 19일부터는 아이들이 평소 간절히 원하던 음악수업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30여 개의 팬플루트를 구입해 아이들에게 나눠줬고, 음악교사도 초빙했다. 주당 한시간에 불과한 음악수업이지만, 꿈의 집 아이들에게는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예능교육은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예산 문제 탓에 그간 예능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우리은행의 배려로 아이들이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았어요." 사회복지사 이씨의 설명이다.
아이들은 올해 연말까지 팬플루트를 열심히 배워 우리은행 직원들을 위한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삼촌과 이모들 앞에서 팬플루트를 멋지게 불어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진영이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학만 차장은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후 자신의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전한다.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봉사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작은 사랑의 행위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이처럼 봉사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게 아니다.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봉사를 할수록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려운 이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직접 따뜻한 시선을 주고 마음을 전해 주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봐 온 사회복지사 이씨의 경험담이다.
■ 우리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우리은행은 올해로 창립 11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의 민족은행이다. 이런 전통과 사명감 때문인지 그 어느 은행보다도 사회공헌 활동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사상 초유의 경기침체를 맞아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이웃들을 위해 단순한 성금 전달과 같은 시혜적 차원의 사회공헌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 사회공헌 활동의 주축은 2007년 창단한 '우리은행 자원봉사단'이다. 본부 부서와 전국 영업점을 중심으로 조직된 1,000여 개의 자원봉사팀이 지역 사회의 독거노인, 장애인, 그리고 불우 어린이 및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랑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은행 자원봉사단이 사회공헌 활동의 하드웨어라면, 2004년부터 실시해온 '투게더 우리(Together Woori) 임직원 자원봉사 운동'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투게더 우리 운동은 매 분기별 각 부서와 지점이 인근 사회복지시설이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직접 찾아 자원봉사 활동을 실시한다. 이 때 은행은 활동경비와 자원봉사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참여를 돕고 있다.
그렇다고 기부 활동에 소홀하지도 않다.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모금하는 '우리사랑기금'과 급여 중 1만원 미만의 자투리 금액을 떼어내 적립하는 '우리어린이사랑기금'이 대표적이다.
현재 약 5,000명의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사랑기금은 지난해 약 3억1,000만원을 모금해 연말 사랑의 김장 담그기, 도서벽지 어린이 서울 초청, 장애인 체육대회 등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우리사랑기금을 재원으로 매월 10개의 우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공모, 연말까지 총 100개의 사회복지시설에 1억원의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소년소녀가장 및 불우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약 8,000명이 임직원이 참여해 조성한 우리어린이사랑기금은 결식아동 돕기 및 조손(祖孫)가정 밑반찬 전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도ㆍ농 상생을 위한 농어촌 교류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05년 경기 안성 내곡마을과 결연을 맺은 이래 매년 정월대보름 한마당, 과실수 및 텃밭분양, 농촌 일손돕기, 그리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을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농촌 소득 증대에 기여함은 물론, 임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살아있는 농촌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2007년에는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1리 어촌계와도 결연을 맺었으며,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는 긴급 자원봉사단을 꾸려 기름제거 자원봉사 및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전국 1,000개에 이르는 점포망을 적극 활용해 지역 사회와 소통함으로써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든든한 후원자이자 조력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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