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12기 최고인민회의 첫 전체회의를 개최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기 체제 출범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날 회의는 또 5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향후 북미 협상에 대비하는 차원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해정부장이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집입했고 11년 만에 헌법까지 개정, 향후 북한의 변화 방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1998년 헌법 개정으로 북한 최고 권력기관이 된 국방위원회의 위원과 부위원장 등의 교체 여부였다. 일단 북한 권부의 2인자로 떠오른 장성택 부장이 국방위원에 새로 집입한 것이 눈에 띈다. 장 부장은 최근 김 위원장 현지 방문 수행 빈도가 가장 늘어났고, 그의 핵심 측근들이 속속 일선에 복귀하면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국방위원에는 또 장 부장과 함께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 부부장,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부장이 새로 선출됐다. 이들은 남한으로 치면 경찰(주상성), 국가정보원(우동측), 로켓 발사 등 군수공업(주규창), 군부 통제(김정각)를 책임지는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개헌으로 국방위의 실질적 위상과 기능, 역할이 강화됐으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고령(78세)에 신부전증 등 지병이 있어 그동안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던 조명록 국방위 1부위원장은 유임됐다. 또 김영춘 이용무 오극렬 등 3명의 부위원장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북한은 또 98년 이후 처음으로 헌법을 개정한 사실도 공개했다. 내용은 바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 후계체제 강화를 위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최근 혁명 3ㆍ4세대 청ㆍ장년층이 주축이 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을 활발히 가동 중이고, 2월에는 역내 네 번째로 전국 선동원대회를 여는 등 후계체제 가동의 전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북한은 2004년 설치돼 남북 경협을 담당해 온 민족경제협력위원회를 폐지, 앞으로도 대남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이날 회의를 김 위원장 3기 체제 출범과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다그치는 데 활용하고자 했다. 5일 로켓 발사에 대해 한·미·일 3국이 "위성궤도 진입 실패"라는 평가를 내렸음에도 북한은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사 성공을 주장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 예산의 15.8%를 책정, 북한 돈으로 762억 5,000만원(5억 4,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는 또 지난해 8월 뇌질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던 김 위원장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와 주석단 중앙까지 약간 절룩거리며 입장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그는 양팔을 흔들고 주석단에 선 채 박수를 쳤지만 왼손은 약간 부은 모습이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몸이 불편해 보인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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