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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랍어

입력
2009.04.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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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무슬림은 알라신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표현이다.'알라'(Allah)는 정관사 '알'(Al)과, '예배와 존경의 대상인 위대한 존재'라는 뜻의 '일라'(llah)를 합해 만든 단어다. 영어로는'갓'(God), 우리말로는 '하나님'또는 '하느님'이다. 그러니 '무슬림은 알라를 믿는다'가 바른 표현이다. 이슬람교를 '마호메트교'라고 하는 것도 잘못이다. 마호메트의 아랍어명은 '무함마드'이고, 무함마드는 알라의 계시로 이슬람교를 창시한 사도(使徒)다. 이슬람교는 알라 이외는 숭배하지 않으니 '마호메트교'라고 불러선 안 된다.

▦이런 현상은 이슬람 문화와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무슬림은 17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30%에 육박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슬람을 화제로 삼을 때 떠올리는 것은 '테러 집단' '극단적 원리주의'처럼 아랍권 일부의 문제를 과다하게 부풀리거나 '석유' '중동 건설'처럼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내용들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 문화, 의식, 관습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그럴 기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 언론의 이슬람권 취재ㆍ보도 현실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슬람에 대한 무지나 관심 부족은 위기 상황 때 문제점을 드러냈다. 5년 전 고 김선일 씨 피랍 사건 당시 국가정보원은 피랍 상황, 납치 단체의 정체 및 납치 목적을 파악하고 협상 채널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 미국, 유럽 중심의 활동에 치중하다 보니 아랍 지역에 정보네트워크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냉전 종식 후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채 인력을 줄이고 남미 지역 활동에 치중하다 9ㆍ11 사태가 터지자 허겁지겁 아랍어 구사 인력 확충에 나서는 우를 범했다.

▦이슬람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아랍어를 가르치는 국내 대학은 4곳뿐이다. 아랍어는 수능 점수 올리는 '전략 과목'으로 전락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교는 전무한데 지난해 수능에서 아랍어 응시자는 전체의 30%인 2만 9,278명이나 됐다. 대부분 답을 '찍기'때문에 평균보다 몇 문제만 더 맞히면 표준점수가 높아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아랍어권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일이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이슬람을 올바로 이해할까. 우리는 언제까지 영어라는 안경을 끼고 이슬람 문화를 접해야 할까. 제2외국어 교육 체계를 재점검할 때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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