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청와대 경내에서 1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0억원)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아닌 노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박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정황까지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7년 6월께 측근인 정승영(59) 정산개발 대표를 정상문(63)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 집무실로 보내 100만 달러가 담긴 가방을 전달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를 청와대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게시한 사과문을 보고 권 여사가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처음 알았고, 박 회장은 '빌려줬다'는 식의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박 회장이 정 전 비서관에게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라"며 1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보도(본보 9일자 1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돼 진술과 조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권 여사가 채무변제 목적으로 박 회장에게 빌렸다는 노 전 대통령측 해명과 달리, 권 여사가 아닌 노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박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은 100만 달러가 차용증 없이 건네졌으며, 사용처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르면 다음 주 소환해 돈의 전달경위 및 사용처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검찰측이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2008년 2월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입금한 500만 달러(약 50억원)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제공됐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36)씨가 연씨와 함께 돈이 입금되기 직전 박 회장의 베트남 공장을 찾아가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연씨와 함께 건호씨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또 정 전 비서관이 2004년 12월 박 회장을 만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인사검증을 잘 부탁한다"는 청탁 등과 함께 50만원짜리 상품권 200장(1억원 상당)을 받고, 2006년 8월에는 현금으로 3억원을 박 회장에게서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을 횡령 등 혐의로 구속했다. 강 회장은 2004년 이후 회삿돈 266억원을 빼돌려 노 전 대통령 후원을 위한 ㈜봉화 설립 등에 사용한 혐의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회장 구명로비 연루 가능성을 수사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진희기자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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