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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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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제는 사람이다

입력
2009.04.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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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유치원 때부터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들어간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박사학위를 받은 실업자가 넘쳐 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학부 졸업생은 할 수 없이 대학원에 등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갈 곳이 없는 고학력 실업자는 사교육에 뛰어들어 시장을 키운다. 인기강사 한 사람이 자료조사원 10명을 고용한다니 행정잡무에 시달리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 선생님과는 애초 경쟁이 될 수 없다. 아니 본래 공교육과 사교육은 목적 자체가 다르니, 둘을 경쟁 상대로 보는 시각부터 잘못이다.

경쟁에 희생된 학문과 교육

그런데도 우리는 공공연히 공교육의 경쟁 상대로 사교육을 상정한다.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당연히 좋은 대학이다. 고등학교까지 교육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에서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알아서 하면 된다.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따고, 외국어 회화와 면접관에게 잘 보이기 위한 화법을 배우려고 전문학원에 등록한다. 대학 교수들은 또 다른 경쟁에 매달려야 하므로 그들을 지도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지식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장과 그 속에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경쟁은 있어도, 묻고 배우는 학문(學問)과 가르치고 기르는 교육(敎育)은 없다. 지식은 있어도 '사람'이 없다. 지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며 소비할수록 더 많이 소비해야만 하는 마약과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지식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사람을 지배한다.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세상의 원리를 깨달아 가는 기쁨은 없고 이미 가공된 지식을 경쟁적으로 소비하는 데만 익숙하다.

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려면 제일 먼저 대학이 달라져야 한다. 특목고와 사설 학원에서 충분히 많은 지식을 주입받은 학생을 뽑아 최소한의 투자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지식 판매상으로 만드는 건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보건의료와 함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며 절대로 수단일 수 없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대상이며, 이익이 아닌 인간적 가치의 실현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생 선발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많이 알지만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아니라, 아는 건 적어도 노력하고 즐길 줄 아는 학생을 뽑아야 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노력하고 즐길 줄 아는 학생을 뽑아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꾼으로 키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런 학생을 가려 뽑는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 입학관리처와 같은 부서에 인적ㆍ물적 투자가 절실하다. 수강생 확보를 위한 사설학원의 노력과 투자 이상이어야 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쟁은 사설학원과 고등학교의 경쟁이 아니라 교육당국의 지원을 받는 대학과 사설학원의 경쟁이어야 한다.

어떤 총장님 말씀대로 사설학원에서 배운 얕은 지식이 오히려 입학에 걸림돌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이 살고 아이들과 학부모가 살고 나라가 산다. 사설학원의 지원을 받는 사람이 공교육 책임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절대로 공교육을 살릴 수 없다.

사람 살리는 교육이 미래 투자

동시에 대학 교수들이 연구업적뿐 아니라 학생 교육의 성과로 평가받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 교육업적에도 연구업적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평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교수는 논문의 노예가 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반려가 될 각오를 해야 하고 교육정책은 그것을 장려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연구는 지식을 생산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살린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익이 많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는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우리의 미래는 사람이고 교육이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 인문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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