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노 전 대통령이 왜 돈이 필요했을까'라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돈의 용처에 대해선 검찰이 밝혀야 하겠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비교적 구체적인 분석이 몇 가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부탁해 박 회장에게서 받았다고 고백한 10억원의 용처와 관련해 '미처 갚지 못한 빚'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8일 언론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치 생활을 오래 했고 원외 생활도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신세 진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 진' 사람들에게 신세를 갚는 데 돈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본격 정치를 시작한 이래 '고달픈' 원외 생활을 8년이나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소유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남은 채무 변제에 쓰이지 않았을까라는 관측도 있다. 장수천 사업 실패로 30억원에 달하는 빚을 졌고 이를 다 갚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100% 다 해결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아들 건호씨의 유학 비용 등 자녀 지원에 사용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건호씨와 딸 정연씨가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결혼했고, 또 미국생활을 했다는 점 등에서 거론되는 관측이지만 가능성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권 여사의 개인 비용으로 사용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영부인으로서의 활동비나 권 여사의 친ㆍ인척 지원에 사용됐다든가 하는 것인데 이 역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와는 달리 노 전 대통령이 돈이 필요했던 이유를 좀 더 큰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테면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젊은 전직 대통령이고, 성품 역시 조용히 지내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나오는 분석이 퇴임 후 정치ㆍ사회적 활동 재개를 위한 자금일 가능성이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갈 때도 그의 정치 복귀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상경할지가 관심사"라는 말까지 있었다.
2012년 총선이 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런 가정 하에서라면 노 전 대통령에게 조직과 사람 관리 등에 이런 저런 목돈이 필요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9일 "노 전 대통령이 뭔가 하려고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며 "박 회장의 돈이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일거라는 추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 주변 숲 가꾸기, 화포천 개발 등 사저 관광지화 사업과 인터넷 정치 사이트 구축 등 각종 사업을 벌이는 데 상당한 돈이 필요했을 거라는 분석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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