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기간 내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검찰이 결국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의 관계는 단순한 악연 수준이 아니었다. 검찰은 이미 그에게 사실상'범법자'라는 딱지를 몇 차례나 붙였다.
발단은 2003년 터진 썬앤문 사건이었다. 썬앤문그룹 회장 문병욱씨와 법적 다툼 중이던 당시 부회장 김성래씨는 검찰에서 "문 회장이 노 대통령에게 돈을 줬고 노 대통령은 국세청에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당시 서울지검은 이 사안을 덮으려 했으나 <한국일보> 의 보도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검 중수부가 수사를 재개했다. 재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2년 11~12월 측근 인사들이 문 회장의 돈을 받는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일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토지 가장(假裝) 매매 형식으로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돈을 받아 자신이 운영했던 생수회사인 장수천의 빚을 갚는다는 계획을 측근들로부터 보고 받았다는 사실, 지방선거 후 남은 선거자금 일부를 전용해 장수천 연대보증인이었던 선봉술씨에게 주라고 지시한 사실도 밝혀냈다. 사실상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들이었다.
안대희 당시 중수부장(현 대법관)도 "(노 대통령과 관련해) 나름의 결론은 갖고 있지만 헌법정신을 고려해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혀 노 전 대통령이 불법 행위에 관여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수사의 기저에는 역시 좋지 않은 감정이 깔려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판사 출신의 젊은 여성 변호사 강금실씨를 파격적으로 법무부장관에 기용했고 검찰 간부들을 대거 좌천시켰다. 반발 무마용으로 마련된 '검사와의 대화' 자리에서 검사들이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
측근들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가 진행될 때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도 힘이 있지만 나도 힘이 있는 만큼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송두율 교수 사건은 갈등의 정점이었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초유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발동해 송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고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이를 수용한 뒤 즉각 사표를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개별 사건 개입을 자제해 검찰 독립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독립된 검찰 때문에 임기 내내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 검찰 독립성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적지 않은 지금,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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