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예상보다 발행 물량도 많고, 금리 조건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향후 공기업과 은행, 기업들의 외화 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9일 새벽 5년 만기와 10년 만기 각 15억달러씩 총 30억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발행 금리는 5년 만기가 미 국채 금리 대비 400bp(1bp=0.01%포인트), 10년 만기가 437.5bp의 가산금리 수준에서 결정됐다.
재정부는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2~3단계 높은 아부다비 정부 채권과 동일 수준의 금리로 발행된 것"이라며 "주문 규모가 80억달러에 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발행 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시장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물량이나 금리나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불안정성이 많이 해소됐음을 확인해주는 결과"라고 평했다. 조승현 산업은행 국제금융팀장도 "외평채 발행 후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가 비슷한 수준일 걸 볼 때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정부가 당초 발행하려던 물량은 10억~20억달러. 굳이 물량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금리를 좀 더 낮게 발행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물량과 금리 간 타협의 결과"라고 했지만, 이번 외평채 발행 금리가 향후 은행이나 기업들의 외채 발행에 기준금리(벤치마크)가 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에도 외평채 발행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가 예상보다 20~30bp 높다는 이유로 외평채 발행을 포기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는 굳이 금리보다 물량을 선택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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