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개 의약품이 9일부터 시중에서 회수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환자들이 이미 처방을 받았다면 계속 복용해도 괜찮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약품이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불안 해소를 위해 판매를 금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이번 조치로 특정 제품을 구할 수 없을 경우 여러 약국들을 방문해 다른 제약사의 동일성분 약품을 구입해야 한다. 제약사들이 '석면 탈크'가 없는 약을 내놓기까지 3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이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불편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떤 제품이 판매 금지됐나
동아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중외제약 등 유명 제약사들의 약품이 다 포함됐다. 알약이나 시럽 형태의 약품들인데, 소화제 '아진탈'과 위궤양치료제 '노루모산'(모두 일양약품), 동국제약의 잇몸치료제 '인사돌'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회수 조치된 대부분 약품은 완제품이 아니라 처방 약으로 쓰이는 제품이다. 식약청은 1,122개와 별도로, 대체의약품이 없는 바미픽스정(진해거담제, 드림파마) 등 11개 약품에 대해서는 30일 동안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판매금지 약, 먹어도 괜찮나
석면은 가루로 흡입했을 때만 문제가 되지, 알약 등의 형태로 먹을 경우에는 위산에 다 녹아 배출되기 때문에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유무영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장은 "회수조치가 내려진 의약품의 유해성은 바닥수준"이라며 "치료의 연속성을 감안하면 복용에 따른 석면 위험보다 복용 중단에 따른 위험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석면 함유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장기복용 환자들이 이미 받아놓은 약이나, 보관중인 약은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찾는 약이 판매 금지됐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동일성분의 다른 제약사 제품을 복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여러 약국을 방문해야 하는 수고나 동일 성분이라 해도 제약사별 가격차와 개인적 선호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유 과장은 "제약사들이 다품종 경쟁구조이기 때문에 1,122개 의약품의 동일성분 약은 많다"고 말했다.
동일성분 대체약의 효과에 대해서는 "브랜드가 달라도 동일성분이면 똑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동일 성분이라고 해도 브랜드 별로 환자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병의원 처방전에서도 이들 약품이 제외되나
식약청은 1,122개 약품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의사들이 해당 약품을 처방할 경우, 처방과 관련된 수고료는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식약청은 또 조만간 의사들의 처방 전산시스템에 해당 의약품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팝업(돌출) 화면' 형태로 경고 신호를 보낼 방침이다. 따라서 회수 대상 의약품은 자동적으로 병의원 처방전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팝업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 의사들이 일일이 해당 약품의 판매금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약품은 영구 퇴출 되나
식약청은 해당 제약사에서 '석면 탈크'를 사용하지 않은 약품을 만들 경우 검사를 거쳐,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다시 포함시키고 유통을 허용할 계획이다. 제약사들이 원료 공급선을 교체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까지 3주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빨라야 3주일 후에나 '의약품 석면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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