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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무르익는 '대화 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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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무르익는 '대화 무드'

입력
2009.04.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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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조지 W 부시 전임 정부의 '이란과의 직접 대화 불가'라는 금기를 깨고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다자간 협의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5개국의 이란 핵프로그램 다자회의에 오바마 행정부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 등 6개국은 이날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를 이란 정부에 제안하는 한편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에게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초청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부시 정부 때인 지난해 7월 한차례 이란과 다자 협상을 벌였으나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계속하자 이를 마지막으로 이란과의 접촉을 끊었다. 미국이 이란과 정기적이며 공식적인 대화 창구를 재개한 것은 1979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30여년만이다.

우드 부대변인은 "이란이 받아들인다면 수년간의 교착상태를 깨뜨릴 방안에 대해 이란과 진지하게 협의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이란과의 직접적인 대화(engagement)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화해 메시지는 지난달말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더 나은 유대관계를 원한다"며 "새로운 관계"를 제의한 이후 본격화했다. 이후 31일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특사와 이란의 무하마드 메흐디 아쿤자데 외무차관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국제회의에서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 접촉을 가졌다.

이란 정부도 미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화적인 성명을 내놓았다.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핵시설 거점인 이스파한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이 내민 손이) 진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이란 국민은 환영할 것"이라며 "미국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대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연설은 이란 사법당국이 미국 프리랜서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를 간첩활동 혐의로 공식 기소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여기자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교소식통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초 체코 프라하에서의 연설에서 "이란 핵프로그램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한 점 등을 들어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핵에너지 사용에 국한한다는 전제가 보장된다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시 정부가 '악의 축'으로 낙인 찍은 이란이 미국의 대화 파트너로 격상되면서 또 다른 '악의 축'인 북한과도 적극적으로 양자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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