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에 맞서 우리 미사일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한승수 총리도 6일 국회 답변에서 "미사일 주권을 제약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한 로켓이 기술적 결함에도 3,200km 거리에 이른 데 비춰, 사거리 300km 이하 미사일만 보유한 전력 불균형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선정적이고 맹목적인 주장이다. 섣불리 떠들 일이 아니다.
2001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사거리 300km, 탄두 무게 500kg이 넘는 미사일은 지닐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 근거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미사일 기술ㆍ부품의 확산을 규제하는 장치이지만, 미사일 군비경쟁을 꺼린 미국이 우리 전력을 제한하는 데 원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을 중심으로 '미사일 주권 회복' 주장이 일찍부터 제기됐다. '핵 주권'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는 엄밀하게 따져 북한 장거리 미사일에 대처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이 실전 배치한 사거리 300~700km의 스커드 미사일만으로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마당에, 일본 열도 너머를 겨냥한 대포동 1ㆍ2호 등이 추가적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유사시 오키나와ㆍ 괌 등의 미군 동원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전략적 차원에선 그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과 대등한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 보유를 외치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500km 정도로 사거리 제한을 늦추는 것은 언뜻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를 지금 미국과 떠들썩하게 논란하고 주변국에 시빗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미사일이 아니라도 우리 군은 강력한 억지수단을 갖고 있다. 또 미사일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 사거리 1,500km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7월 위성을 탑재하고 발사할 예정인 우주발사체(KSLV-1) 로켓은 2,700km 거리를 날 수 있다. 군비 증강은 원래 조용히 추진하는 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