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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에게 전해달라 했다" 박연차 검찰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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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에게 전해달라 했다" 박연차 검찰 진술

입력
2009.04.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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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채무변제 목적으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과 달리,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권 여사는 물론 노 전 대통령도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불러 진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8일 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는 박 회장이 2005년께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노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며 10억여원 가량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돈 거래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며 “권 여사가 돈을 요청했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을 통해 처음 알았으며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도덕적 비난과 함께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권 여사를 내세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돈의 전달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조사 시기와 관련해 “아직은 이른 것 같고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한)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10억원 이외에도 차용증을 쓰고 박 회장에게 받은 15억원과 박 회장이 조카사위 연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의 성격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10억원과 별도로 박 회장에게 3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해 9일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전 비서관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서도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10억원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취임 전후에 받았다 박 회장에게 보관해 둔 ‘당선 축하금’의 일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의 핵심인사는 “박 회장이 ‘불하’받은 휴켐스는 당선 축하금을 세탁해 온 저수지라는 말을 노 전 대통령측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며 “10억원은 결국 자신이 맡겨 둔 돈을 찾아 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도 “당시 삼성이 준비한 800억원의 채권 가운데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던 500억원 가량이 나중에 제출됐는데, 그 채권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너갔었다는 의혹이 있었다”며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에 현금이 건너갔을 것이고 그 현금을 박 회장이 관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 접촉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그 사건과 관련해 추 전 비서관과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데다, 알지도 못하는 회사의 탈세 사건에 개입할 만큼 내가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관용ㆍ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함에 따라 박진ㆍ서갑원 의원 등 다른 정치인과 함께 일괄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8일 밤 10시께 자신의 홈페이지에 또다시 글을 올려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과 관련,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고백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제 생각은 잘못은 잘못이라는 쪽이다.

또 좀 지켜보자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덕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 책임은 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취지를 주장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지지자들이 홈페이지에 모금운동이나 봉하마을 방문 등 옹호 글을 올리는 데 대해 "이번 일을 계기로 한 특별한 행사나 방문은 계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멀리서 실망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좋겠다.

저도, 여러분도 욕먹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홈페이지에서의 다양한 논란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를 한 글에 대해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일이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저는 저의 허물을 이미 사과한 처지다. 이제 이 홈페이지로 인해 욕을 더 먹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진희기자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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