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한식 세계화'의 계절이다. 한식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문화를 전파하는 효과적 수단이자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수산물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국가 신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식 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은 이런 위상 변화를 실감케 한 자리였다.
300여명의 국내외 식품산업 전문가 및 외교사절 등이 참가한 가운데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개회사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기조 연설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도 참석했다.
김 여사는 환영사에서 "한식은 가치를 창조하고 문화를 부흥시키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위해 정성을 다해 후원하겠다"고 말해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분명히 했다.
한편 조태권 광주요 회장, 김유천 CJ 푸드빌 대표, 김태천 제너시스 BBQ 총괄 사장, 가토 가즈타가 일본 JRO(일본 푸드서비스협회 : 레스토랑해외보급 추진 기구)전무, 피에르 보드리 프랑스 SBA 컨설팅 그룹 회장 등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가한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됐다.
이중 프랑스 음식 세계화의 역사를 통해 문화를 바탕으로 한 전파 전략을 제시한 샤를 쿠앵트로 르 꼬르동 블루 아시아지역 부회장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표준화와 과학적인 마케팅을 강조한 김순진 놀부 NBG 회장은 가장 눈에 띄는 발표자였다. 경력이나 시각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대비되는 두 발표자로부터 한식 세계화의 길에 대해서 들어봤다.
■ 샤를 꾸앵트로 르 꼬르동 블루 부회장
"무엇을 위한 한식 세계화인가요? 한국 음식점이 많아지길 원하는 건가요, 아니면 농수산물 수출을 위한 건가요? 한식 세계화를 말하기에 앞서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길이 보일 겁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요리학교로 꼽히는 르 꼬르동 블루의 샤를 꾸앵트로(Charles Cointreaou) 아시아지역 부회장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특정한 나라의 음식을 승자와 패자의 기준으로 나누려고 드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대신 그는 세계적 주류 회사 레미 마르탱 꼬냑 가문의 후손이자 1984년 르 꼬르동 블루를 인수해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키워낸 앙드레 꾸앵트로 회장의 장남 다운 음식문화 예찬론을 들이밀었다.
"프랑스 음식도 하루 아침에 세계화가 된 것은 아니에요. 프랑스가 최강국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거기에 요리를 배 채우기 수단이 아니라 삶과 예술의 일부로 바라보며 즐겁고 아름답게 꾸미려는 프랑스인들의 노력이 곁들여졌죠."
"한국 음식 중 삼계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런던과 호주 시드니에 있는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와 파티쉐 과정을 배운 요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죠. 한국 사람들은 너무 쉽게 쉐프라는 말을 쓰는 것 같아요. 한 명의 위대한 요리사는 그렇게 쉽게 탄생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런 그도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처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각 지역에 존재하는 한국 고유 음식의 다양성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이 가능성은 현실이 되리라고 봅니다."
■ 김순진 놀부 NBG 회장 "정통성 집착 말고 현지 입맛 맞춰야"
"이대로 가다가는 한식의 일본화, 중국화가 될지도 몰라요."
1991년 놀부 브랜드를 말레이시아에 상륙시킨 이래 17년째 중국과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서 한식 세계화를 진두지휘해 온 김순진(57) 놀부 NBG 회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한국 음식을 세계 각국에 퍼트리기 위해서는 진작 전문 인력 육성에 나섰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본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이 만든 한식을 먹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런 그의 고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2년의 준비 기간과 40억원의 자금을 들여 한정식 전문점 '수라온'의 오픈으로 이어졌다. "한국인들이 한식당 구석에 스시바를 차려놓고 영업을 하고, 또 손님들이 비싼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코너를 이용하는 걸 보고 정말 자존심이 상했죠."
그런 그가 제안하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력 육성과 한식 홍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고급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외국에 나가서 고생하며 한식을 전파할 인재들을 정부가 뒷받침해주고, 이들을 사회적으로 우대해주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요. 또 중소기업은 하지 못하는 한식 전반에 대한 국가적 홍보도 뒷받침 되어야 해요."
기업인답게 그는 한국음식의 정통성과 정체성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한국 음식을 먹어본 외국인들은 거의 그 우수성을 칭찬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한식을 먹도록 만드는데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현지화한 음식 개발에 나서야 해요."
그는 이를 위해 한국 음식에서 마늘을 빼거나 고추 양념을 적게 넣는 등의 다양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 한식 세계화 이끌 최고의 요리사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일보는 2009년 10월 '제2회 한식요리경연대회'를 각국 음식의 격전장인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이하는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의 목표는 스타 한식 조리사 배출과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메뉴의 개발과 홍보.
이를 위해 2008년 9월 28일 뉴욕의 조리 전문 기관으로 1983년 개교 이래 수 백 명의 유명 요리사를 배출한 'French Culinary Institute'에서 본보 주최 '제1회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가 열려 예선을 통과한 학생 및 일반 참가자 32개 팀 51명의 진출자들이 경합을 벌였다.
또 참가자들은 미국 뉴욕 문화원이 개최한 UN 대표부 리셉션에 참가해 한국 음식의 맛과 멋을 과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회에 참가했던 내고향씨푸드(계곡가든)의 김철호 대표는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 중 이런 대규모의 해외 이벤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본보 주최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는 그 규모와 영역을 더욱 확대한다. 지난해와 달리 해외 한식당 및 한식 셰프들의 대회 출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비경쟁 부분을 신설하며 한식 비전공자와 아마추어 요리사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참가 분야를 넓혀 진행된다.
아울러 매년 10월 첫째 주 토요일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펼쳐지는 '한인의 날' 행사에서 개인 및 단체의 전시 코너를 조성해 대회를 홍보한다. 이승우 대회 조직위원장(군장대 총장)은 "한식 세계화를 홍보할 수 있는 빅 이벤트로 대회를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대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