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보령메디앙스, 베비라 등 유명 유아용품업체 베이비 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데 이어 제약ㆍ화장품 업체 5곳이 석면에 오염된 탈크(활석)를 수입ㆍ판매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석면이 검출된 탈크가 국내 105개 제약사의 알약 코팅원료로 공급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 석면 폐증과 폐암 등을 일으켜
석면은 섬유 모양을 가진 광물로, 열에 매우 강하고 마모가 잘 되지 않는다.
석면은 크게 6가지 종류가 있다. 청석면과 갈석면, 트레몰라이트, 액티노라이트, 안쏘필아이트, 백석면 등이다. 청석면은 독성이 강해 1996년 사용이 금지됐으며, 트레몰라이트는 상품성이 적어 거의 쓰이지 않다가 2003년 사용 금지됐다. 백석면은 현재 사용되는 석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전면 금지된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고, 녹는 온도가 매우 높고, 단열성이 뛰어나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와 브레이크라이닝 재료로 널리 사용됐다. 1977년 IARC가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발표한 뒤 규제가 시작됐다.
석면을 단열재로 사용한 건축물을 철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또한 탈크와 진흙, 자철광, 대리석, 금속광물 등을 사용할 때도 그 안에 불순물로 포함돼 있는 석면에도 노출될 수 있다.
석면에 노출되면 석면폐증(상한 피부가 아물면서 생기는 흉터처럼 폐조직이 섬유화 되는 질병)과 폐암, 후두암, 악성 중피종(늑막이나 복막 등의 악성 종양) 등이 걸릴 수 있다.
석면 섬유를 흡입해 발생하는 석면폐증은 기침과 운동 시 호흡 곤란을 일으킨다. 석면은 흡연을 제외하고는 폐암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물질로, 흡연자가 석면에 노출되면 폐암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폐암은 석면에 처음 노출된 지 평균 25년 지나야 발병한다. 한양대병원 산업의학과 송재철 교수는 "석면 베이비 파우더 노출 우려로 병원을 찾아도 당장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심쩍으면 정기적으로 폐 검진을 받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악성 중피종은 진단이 늦고 예후가 극히 불량해 진단 후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이지만 발병률이 낮다. 다만 소량의 석면에 노출돼도 악성 중피종에 걸릴 수 있다.
■ 호흡기 질환이 더 큰 문제
이번 베이비 파우더에 함유돼 문제가 된 것은 보송보송한 가루를 만들어주는 성분으로 석면이 함유된 탈크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남수 교수는 "현재 베이비 파우더 원재료인 탈크에 석면형 섬유가 섞여 있는 것은 피부로 잘 흡수되지 않는다"며 "베이비 파우더 사용자들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암 등 질병 발병보다 기침과 천식, 질식 사고"라고 말했다.
베이비 파우더의 미세입자는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세입자가 호흡기에 들어가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잦은 기침과 천식 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엄마가 아기에게 베이비 파우더를 바르다 파우더 통이 엎어져 미세가루를 다량 흡입하는 사고로 인해 질식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베이비 파우더를 사용할 때 항상 얼굴을 가리고 호흡기로 유입되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해야 한다.
한국산재의료원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최병순 소장은 "어린이의 폐는 아직 완전히 발육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노출된 석면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어른보다 석면에 의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남수 교수는 따라서 "땀띠 예방을 위해 꼭 베이비 파우더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목욕한 뒤나 기저귀 교체 시 자연 바람에 잘 말려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목욕 후 마른 수건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팔꿈치, 무릎 등 접히는 부위를 잘 닦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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