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부인 권양숙 여사가 '미처 갚지 못한 빚' 때문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권 여사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동안 비교적 '조용한 내조'를 해 온 터라 남편 몰래 거액의 채무를 질 일이 있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권 여사의 씀씀이에 대해서는 별달리 알려진 바 없어 의혹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권 여사는 영부인 시절 야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골프 파문, 해외쇼핑, 부동산 투기 등의 구설에 휩싸이면서 언론 노출을 꺼려 왔다. 2007년 신정아씨 학력 위조 파문에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연루됐을 당시 이를 비호하는 '윗선'으로 거론되며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한 인터뷰에서 "변호사는 서민이 아니고, 우리는 서민을 대변할 뿐"이라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때문에 권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면 사치로 인한 채무를 갚거나 퇴임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권 여사가 노 대통령 모르게 부정한 돈 거래에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반면 검찰과 정가 주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연루됐다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모든 것이 (대통령) 처의 일이라고 한다면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비서관이자 수족인데 총무비서관이 개입한 일을 몇 년 간 몰랐다는 것을 믿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도 "권 여사가 임기 초반 조카에게 거액의 용돈을 선뜻 내놓았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빚 때문에 돈을 빌렸다는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권 여사가 받았다는 돈은 참여정부 초반 소문이 무성했던 이른바 '당선 축하금'의 일부이고, 이를 박 회장이 관리하고 있다가 노 전 대통령 인척들이 필요할 때마다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설사 권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해도 그 이유가 빚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빌렸다는 돈의 사용처에 대해 "검찰 조사에 응해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또 조카사위인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 받은 5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0억원)에 대해서는 "사업에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핵심인 연씨가 받은 50억원에 대한 관련성은 부인하면서 권 여사를 앞세워 위기 돌파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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