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와 정조가 묻힌 경기 화성의 융릉(隆陵)과 건릉(健陵ㆍ이상 사적 206호) 일대 택지개발사업 계획에 대해 역사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주택공사가 정부 협의를 거쳐 추진 중인 '태안3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해 사적 권역 밖에 위치한 정조의 초장지(初葬地) 유적이 파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7개 역사학단체로 구성된 '정조대왕 왕릉터 보존대책위원회'(위원장 이근수 경기대 교수)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왕릉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상황에서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한 초장 왕릉터로서 왕릉의 내부 구조와 제반 시설을 조사할 수 있는 유적을 파괴한다는 소식은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면서 "정부당국은 보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조가 1800년 처음 묻힌 곳은 현재의 건릉이 아니라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의 남쪽 발치였다. 융릉의 시묘살이를 하는 모양새로,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의 애틋한 효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1821년 건릉 이장으로 이곳은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2007년 택지개발사업 지역에서 초장지의 재실(齋室ㆍ묘제를 지내기 위한 건물) 터가 발굴되면서 보존 필요성이 제기됐다.
발굴된 재실 터의 구조는 '정조건릉산릉도감의궤'에 기록된 도면과 일치했고, 의궤에 따르면 재실 터의 북쪽에 봉분과 정자각의 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책위는 "재실 터만 체육공원으로 조성ㆍ보존하겠다는 주택공사의 안이 정부 관계기관 회의에서 수용돼 다른 관련 유적들은 파괴를 면할 수 없게 됐다"면서 "봉분과 정자각 터, 재실 터 등 왕릉 일원 전체를 사적지로 지정해 효 정신을 함양하는 역사유적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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