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브레즈네프가 뭐하던 사람이야?" "응 알라 푸가초프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 잠시 활동했던 정치가야."
옛 소련 시대에 널리 유행했던 이 같은 우스개 소리로 이름 높은 러시아의 '국민 여가수' 알라 푸가초프(59)가 이달 중순부터 시작하는 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 팬들을 아쉽게 하고 있다.
공산정권 시대인 1965년 데뷔곡 <로보트> 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 푸가초프는 지금까지 정상의 자리에서 러시아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로보트>
정감 있는 노래와 대담한 스테이지 연출로 유명한 푸가초프는 심수봉이 번안해 부른 <백만 송이 장미> 의 원창자이기도 하다. 백만>
그동안 60장의 앨범을 통해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았으며 음반과 CD 판매고가 총 2억장 이상에 달해 과거에는 물론이지만 앞으로도 푸가초프 같은 대형가수는 러시아에서 다시 나올 수 없을 것이란 극찬을 받았다.
노래로 러시아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위로한 푸가초프에게 옛 소련때는 최고 영예인 '인민예술가' 칭호가 주어졌고 러시아 출범 후엔 국가공로훈장이 수여됐다.
그런 푸가초프가 최근 60번째 생일을 맞는 이달 15일 모스크바올림픽 주경기장이던 루지니키 스타디움에서 시작하는 순회공연을 마지막으로 음악활동을 접겠다고 밝힌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1년 동안에 걸쳐 러시아 전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권 국가들을 도는 무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벌써부터 입장권 매진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푸가초프는 고별 투어 계획을 공표한 기자회견에서 "그루지야에는 내 청춘이 묻혀 있다"거나 "의기소침해 있을 땐 젊은 시절 아르메니아에서 가진 공연 영상을 다시 보며 힘을 얻는다"는 등등 옛 소련권 국가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소련의 인민예술가'로서 옛 소련 공화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손꼽아 고대하고 있다"며 투어 콘서트를 앞둔 설레임도 내비쳤다.
푸가초프는 서방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을 가져 적잖은 인기를 모았지만 음악도 국가 선전수단으로 엄격한 통제하에 있던 옛 소련 시대에는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그런 통제 시대에 탄생한 <백만 송이 장미> 는 작사를 러시아인, 작곡은 라트비아인 파울루스, 노랫말에 등장하는 여배우에 장미를 바치는 가난한 화가의 모델은 그루지야인으로 돼 있다. 백만>
90년대 초 소련의 해체로 각 공화국은 독립해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발트 3국이 있는가 하면 친미노선을 걷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여전히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 등 제각각이다.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지난해 8월 전쟁까지 벌일 정도로 사이가 벌어졌는데 푸가초프처럼 옛 소련권 전체에서 절대적인 사랑을 받을 가수는 더 이상 출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푸가초프는 그간 "어떤 정치도 국민과 예술가 사이의 우정을 끊게 만들 수는 없다", "내 연단은 무대일 뿐"이라며 정치와는 선을 긋고 가수 활동에만 전념해온 점에서 '소련의 가희' 마지막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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