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군 '3ㆍ9 성명'의 저주가 맞아 들어가는 것인가."
최근 북한 전문가 중에는 지난달 9일 발표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인민군이 경고했던 내용이 착착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 개시에 맞춰 인민군이 발표했던 성명의 주장은 크게 세가지. 북한은 당시 "전쟁 광신자들의 북침 책동으로부터 나라와 민족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엄숙히 천명한다"며 ▲남북 무력충돌 가능성 ▲인공위성 발사 요격 시 대응 ▲남북 육로출입 차단을 예고했다. 이중 개성공단 통제와 로켓 발사는 예정대로 실시됐다.
따라서 북한이 경고한 조치 중 남은 하나는 남북 무력충돌,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이나 비무장지대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이다.
성명에서는 "영토 영해 영공에 대한 0.001㎜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한 우리 혁명무력의 불변의 입장"이라며 "적들의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그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었다.
인민군은 이에 앞서 1월17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조선 서해 우리측 영해에 대한 침범 행위가 계속되는 한 우리 혁명적 무장력은 이미 세상에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그대로 고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고, 남한 해군과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4, 5, 6월이 서해 꽃게잡이 철이고, 이 시기 북한 해군 경비정이 NLL을 넘나들며 긴장을 고조시킨 사례가 많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 직전과 상황도 유사하다. 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1호를 쏜 뒤 북미대화를 진행하는 와중에 서해에서 신경전이 이어지다 연평해전이 발발했다.
또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준비 중인 점도 공교롭다. PSI 가입 시 해상 충돌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평해전 당시만 해도 국가정보원과 현대그룹 등의 직ㆍ간접 대화채널이 살아있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고 사태 악화를 막는 데 일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이 남북관계에서는 꼬투리를 잡아 강하게 치고 나가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데 정부가 북한의 압박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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