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를 놓고 식구들 반응이 제각각이다. 그 광고의 무엇이 무서운지 작은애는 음악만 나오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친다. 다소 난폭한 언어에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몇 번 보게 되자 도대체 어떤 제품의 광고일까 궁금증이 커질 대로 커졌다. "밥솥 아닐까?" 큰애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식구들의 세 끼 식사를 다 챙겨야 한다면 그야말로 광고의 그 '개고생'이란 것을 주부들은 하게 될 것이다. 그럼 뭘까? 잡지 '인권'을 읽다가 궁금증에 사로잡혔던 일이 떠올랐다. 잡지 우측 상단에 1.5cm의 작은 사각형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변환 바코드라고 했다. 그렇다면 음성 칩이? 두근두근 사각형에 손끝을 대보았는데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쓰는 것일까 궁금했다.
나중에야 별도로 기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격은 75만원 정도, 일정 부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음성 변환 바코드가 붙은 책이나 물건에 기계를 대면 음성이 흘러나온다. 특히 변별력이 떨어지는 약 같은 것에 붙어 있다면 유용할 것이다. 이런 편리한 기계가 있는 걸 알지만 아직 구입하지 못한 채 물건을 잡고 뭘까, 갸우뚱거릴 시각장애인들이 많을 것이다. 기곗값도 비싸지만 세상에는 아직 음성 변환 바코드를 달지 않은 물건들이 너무 많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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