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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항생제가 안들어"… 국제공조 없이 해법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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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항생제가 안들어"… 국제공조 없이 해법없다

입력
2009.04.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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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페니실린이 처음 임상의학에 도입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페니실린을 필두로 나온 수백 종의 항생제는 각종 세균 감염질환으로 사망하던 생명을 구한 '기적의 약'으로, 근대 과학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항생제 도입 초기에 많은 의학자들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항생제 효과가 없어지는 항생제 내성균의 광범위한 출현은 더 이상 항생제의 기적이 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아직도 전 세계에서 사망하는 4명 중 1명은 감염질환으로 사망하며, 감염질환 사망의 80%를 차지하는 5대 질병인 폐렴, 에이즈, 설사질환, 결핵, 말라리아는 모두 항생제 내성 문제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인구의 60%가 사는 아시아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미국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이 감염됐다고 해서 화제가 된 슈퍼박테리아(메티실린 내성 포도알균) 빈도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우선 항생제 치료가 실패함으로써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부수적으로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영향도 대단히 심각하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1년에 항생제 내성 관련 감염으로 추가 지출되는 의료 비용이 30억~4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필자가 주최한 '항생제 내성 국제 심포지엄(ISAAR 2009)'에서는 50개국에서 모인 2,000명의 감염학자가 항생제 내성 문제를 관리ㆍ예방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집중 논의했다. 가장 중요한 정책은 환자와 식용 동물에서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해 내성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의사뿐 아니라 환자, 제약사, 정부 모두가 적극 참여해 해결할 문제다. 아울러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항생제 함량이나 성분에 문제 있는 가짜 약이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현상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발생한 내성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감염관리, 내성균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세균 감염증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백신 개발과 보급 등도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책이다. 또한 항생제 내성은 국가 간에 전파되는 현상이므로 반드시 국제적 연대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필자가 조직해 아시아 71개 도시의 120개 병원이 참여하는 '항생제 내성 감시를 위한 아시아 연합(ANSORP)'이 10여 년째 국제 공동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ANSORP은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 지역 항생제 내성과 감염병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국제기구로, 감염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다.

앞으로 ANSORP 활동이 아시아에서 내성 예방과 관리에 실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기구를 주도하는 한국을 비롯해 참여 아시아 국가가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여주어야 한다.

WHO에서 경고한 것처럼 이 상태로 내성 문제가 악화하면 21세기 중에 1940년 페니실린 도입 이전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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