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포인트 이상씩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인하수준은 스스로 밝힌 최대 인하폭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인하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출자는 극소수인 반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금리혜택은 0.2~0.3%포인트가 고작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인하 압박에 못이겨 시중은행들 스스로가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는 상황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이 순차적으로 밝힌 최대 인하폭은 1.0~2.3%포인트 수준. 3%대에 이르는 높은 가산금리 탓에 5% 중후반의 대출금리를 감수해야 했던 신규 대출자들은 ‘향후 대출금리가 4%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은행들의 선전을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심지어 은행 대출책임자들조차 “실제 평균 인하폭은 0.3~0.5%포인트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이는 애초부터 엄격하게 잡은 인하조건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대 인하폭은 1%포인트이지만 모든 신규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은행마진 0.3%포인트 축소 뿐이다. 나머지 0.7%포인트를 감면 받으려면 소득보다 대출금이 4배 이상 많으면서 전용면적 60㎡이하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야 한다.
우수거래 고객에게 깎아주던 금리폭을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늘렸지만 이 역시 적용 여부는 창구직원의 판단에 달렸다. 은행 내부에서조차 “대다수 고객이 0.3%포인트 인하 혜택만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0.3%포인트 우대금리폭 확대만 모든 고객에게 적용한다. 최고 2.3%포인트를 깎으려면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자이면서 소득증빙이 없는 무소득자여야 하고 전체의 30%에 불과한 아파트 외 연립ㆍ빌라ㆍ다세대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은행 대출 가운데 소득증빙이 없는 경우는 10명중 1,2명, 500만원 이하 대출 규모는 전체의 500분의 1, 아파트 외 대출은 전체의 70분의 1 정도 된다.
우리은행 역시 모두에게 해당되는 인하폭은 은행마진 축소분인 0.2%포인트뿐. 기존 가산금리를 추가로 면제 받으려면 100명중 4,5명에 불과한 이 은행의 최하위 고객등급(CSS 9~10등급)에 해당돼야 한다. 하나은행도 0.2%포인트 마진축소만 전체에 해당될 뿐이다.
은행들은 “조달금리와 수익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읍소한다. 정치권과 당국의 인하 압박을 무시할 수도, 갈수록 줄어드는 수익을 더 포기하기도 어려워 최대한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모 은행 담당자는 “적용폭을 늘린 우대금리는 사실상 안 준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역시 이런 현실을 잘 알지만 나설 기미는 없어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하폭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출금리는 은행 건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당국이 문제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