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경제국들에 비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태양광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경제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ㆍ청정개발 체제)시장 진출을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국제연합(UN)에 등록된 전세계 CDM사업 1,553건 중 한국의 CDM사업은 25건에 불과하다. CDM사업은 선진국이 자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폐열회수 발전, 송배전 효율향상 등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달성한 실적(탄소배출권)을 탄소거래시장에 팔거나 자국의 감축목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선박,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중국은 전세계 CDM사업의 3분의 1 가량인 506건의 사업을 확보해 놓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탄소배출권 규모는 연간 1억5,853만톤. 유럽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의 7일 시세(톤당 11유로)를 적용하면 총 17억4,383만유로(한화 3조1,390억원)에 달한다. 산업 경쟁력에서 한국에 뒤지는 인도와 브라질도 CDM사업은 앞서 있다.
세계 각국이 저탄소 경제성장 정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성장=탄소배출'의 등식이 향후 수십 년 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CDM사업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구입에 따른 비용을 절감,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구입해 생산활동을 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국가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KOTRA 그린통상지원단 성병훈 부장은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후진국 CDM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싼 비용으로 많은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CDM사업 진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OTRA는 이에 따라 현재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그린허브코리아' 행사의 일환으로 '해외 CDM 프로젝트 설명회 및 상담회'를 개최 중이다.
성 부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데다 자금난을 겪는 일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헐값에 매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탄소배출권 국제거래 가격은 지난해 7월 톤당 27유로까지 오르는 등 줄곧 20유로 대를 유지하다가,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20유로 이하로 떨어진 뒤 2월에는 8유로까지 떨어졌다. 최근엔 다시 상승해 현재 11~12유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CDM사업 등록 건수에서는 중국 등 경쟁국에 절대적으로 뒤지지만, 각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 규모는 양호한 편"이라며 "하지만 최근 후진국들도 독자적인 CDM 프로젝트를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국제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된 만큼, 우리나라도 해외 CDM사업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8월 UN으로부터 CDM 운영기구로 지정 받아 국내 CDM사업 인증업무는 물론, 베트남 몽골 등 해외 CDM 인증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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