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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54> 미국의 골치거리: 불법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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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54> 미국의 골치거리: 불법이민

입력
2009.04.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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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민 문제는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골치거리 중 하나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미국 내 불법이민자의 수는 약 500만명이다. 그러나 이미 800만명을 초과했을 것으로 보는 보고서도 있다. 불법이민자의 85%는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히스패닉들이다.

현역 의원 시절 내 지역구 중 하나였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연방 하원 청문회를 요청한 적이 있다. 카운티의 주요 현안인 불법이민이 주제였다. 미국에서 불법이민으로 인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주로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들이다.

불법이민과 관련해 캘리포니아주가 앓고 있는 증세를 보면 대략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수감자의 25%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이다. 둘째, 수감자 한 명에게 드는 비용이 1년에 약 3만 달러가 넘는다. 셋째, 이들의 자식들에게 부여하는 부양자녀 지원비 AFDC (Aid to Families with Dependent Children)는 약 5억 달러규모. 넷째, 카운티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25%가 불법 이민자들이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주장은 불법이민에 따른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카운티 측은 이민법은 연방법이고, 이민법을 위반한 불법이민자 문제는 마땅히 연방 정부의 책임이 크니 그 비용을 같이 부담하자는 것이다.

그 다음주에는 뉴욕에서도 같은 내용의 공청회를 뉴욕 주 상하원 의원들과 함께 했다. 내용은 비슷했다. 불법 이민자들의 마약범죄 역시 심각한 문제다. 결국 캘리포니아 주 출신 연방 의원들이 중심이 돼 새로운 이민법 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몇몇 의원들이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 동조를 호소했다.

대통령이 반대하면 힘이 들고 또 어렵게 의회를 통과한 법안도 거부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백악관의 눈치를 봐야 했다. 불행히도 불법이민 문제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우여곡절끝에 2007년 이민법 개정안 'S,1348'이 선을 보였다. 이 법은 소위 Immigration Act 2007으로, 380페이지나 되는 분량에 복잡한 내용들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언제 통과될지 분명치 않다.

우선 공화당의 극우 보수파는 불법 이민자들은 범죄자들이기 때문에 모두 본국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의 극좌파 진보주의자들은 이들을 용서하고 영주권을 주자는 소위 사면안을 주장한다.

이러니 양측이 타협안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젊은 진보그룹 사이에서는 아예 멕시코와의 국경을 없애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을 국경개방 극단주의자 (An open-border extremist)라고 부르는데,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멕시칸 계통 미국인 변호사 단체인 MALDEF (Mexican American Legal Defense Education Fund) 에서는 1700년도에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무력으로 뺏은 캘리포니아 주를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에 경제원조를 해 가난을 없애면 구태여 미국으로 넘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멕시코를 더 잘 살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것이다. 하나같이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들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지금 이민법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벌집을 쑤시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개정안 통과에 주춤하게 된 것이다. 잘못하면 민주당 극좌파들이 위에 말한 몇 가지 개정안을 제안했다가 하나만 통과돼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차라리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이민법 개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개정안 중 멕시코와의 국경 370마일에 철조망을 친다는 조항과 국경경비원을 2만명을 더 늘리는 조항, 또 불법이민자들에게 Z Visa를 주고 8년 뒤 2,000 달러의 벌금을 내면 영주권을 줄 수도 있지만 일단 본국에 돌아가야 하는 조항 등이 그 것이다. 그나마 그 수를 매년 20만명 이내로 제한하고, 영어에 능숙해야 한다는 등 조건이 복잡하다.

법안은 애당초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어서 처음에는 더욱 강경한 내용을 담았지만 협의 과정에서 많이 완화됐다.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수가 압도적이니 차라리 2년을 더 기다려 공화당 의석이 20석쯤 더 늘어났을 때 다시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었다. 그처럼 어렵게 준비해온 이민법 개정안이 결국은 다음 선거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민주당은 항상 원만한 이민정책을 환영하며, 불법이민자들도 범죄자가 아닌 이상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멕시칸 계통의 표가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에게 몰리고, 또 히스패닉계 의원 수가 늘면서 정치적 기반을 튼튼히 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대 800만명이나 되는 불법이민자들이 영주권을 받고 5년 뒤 미국 시민이 되면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할테니 그 숫자를 무시할 수 없다. 불법이민자들을 모두 잡아 본국으로 내쫓으려 하는 공화당은 두고두고 히스패닉의 반대편이 될 것이며 결국 공화당은 '백인 정당'이라는 굴레를 벗어 날 수 없게 될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종종 멕시코 정부에 국경을 넘는 불법이민자들을 처벌하도록 요청했지만 멕시코 정부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결국 공화당 의원들은 멕시코 정부가 수천명씩 담을 넘어 국경을 넘어오는 이들을 오히려 방관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대개 이렇다 할 기술도 없고 교육도 변변히 받지 못한 노동 계층으로 멕시코에서도 정부의 혜택으로 사는 부담스런 사람들이다. 그러니 멕시코 정부로서는 이들이 미국으로 많이 넘어갈수록 좋다는 생각에서 오히려 불법 미국행을 간접적으로 돕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됐다.

이들은 미국에 와서는 닥치는 대로 막일을 맡아 한다. 한인타운에 들어와 식당에서 막일도 하고 예전엔 봉제업에서 막일을 했었다. 보고에 따르면 이들의 29%는 지붕을 얹는 일, 24%는 농사일, 25%는 건설업 등 막노동을 한다.

이들은 이제 한인타운과 친해졌고 한인타운에서 막일을 도맡아 하는 없어서는 안될 노동력이 됐다. 요즘도 워싱턴의 한인타운에 가보면 약 50명 정도가 3,4명씩 짝을 지어 길에서 서성거린다. 누군가 데리고 가서 일을 시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경찰도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길에 서 있다고 해서 쫓아내지는 못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불법이민자 문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미국의 골치 아픈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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