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은 생활이자 제도이며 문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교통문화 선진국이니, 교통문화 후진국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명실상부한 교통문화 선진국으로 평가하는 독일에서 필자가 택시를 타며 경험한 일이 하나 있다. 이른바 끼어들기를 하면 알맞겠다 싶은 상황이었다.
약속 시간이가 급했던 필자는 운전기사가 끼어들기를 해줄 것을 속으로 은근히 바랐지만, 그런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끼어들기'라는 개념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독일이라고 해서 끼어들기가 없을까마는, 적어도 독일의 교통문화에서 끼어들기는 주류이거나 흔한 일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았다.
최근 들어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이른바 '자출족'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여가 생활과 운동 차원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마니아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마침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저탄소ㆍ 친환경 교통수단이자 여가수단으로서의 자전거 타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자전거 타기에 편리하도록 도시 시설 기반을 확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자전거 타기를 통해 건강을 챙기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고루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전거 문화는 어떨까. 먼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쪽이다. 산악자전거의 경우 등산로 주변에서 등산객들과 종종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우리나라는 산악자전거의 천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허용된 별도의 전용 코스가 아니면 산악자전거를 탈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자전거로 산을 탈 수 있다. 그러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인식과 자세가 아쉽다. 다시 말하면 산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 또 등산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산악자전거 타기를 즐겨야 할 것이다.
일반 도로나 자전거 길에서 자전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보행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자세로 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횡단보도에서는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간다거나 하는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자전거 벨을 울려 보행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신경질적으로 연신 벨을 울려대는 것은 볼썽사납다.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큰 목소리로 "지나가겠습니다" 또는 "실례합니다" 라고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한다면 보고 듣기에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러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대하는 문화, 특히 자동차 운전자들의 태도가 더욱 문제가 아닐까 한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니라면 일반 도로는 엄연히 제도상 자전거가 다닐 수 있다. 그것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운전자들은 갓길로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자전거만 봐도 짜증을 내곤 한다.
'자전거가 왜 도로에 나왔느냐'는 것이다. 자전거를 도로의 골치 아프고 위험한 존재 정도로 여기고 눈총을 주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전거 문화 수준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 못지않게 중요한, 아니 어쩌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확산, 정착시키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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