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83)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미국과의 화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건강 악화로 지난해 일선에서 물러난 카스트로가 6일 쿠바 아바나를 방문 중이던 바버라 리 하원의원 등 미 의원단 일행과 만났다고 BBC방송 등이 7일 보도했다.
3일부터 쿠바를 방문하고 7일 미국으로 돌아온 의원단의 리 의원은 카스트로의 건강에 대해 "환자이기는 해도 생기 있고, 건강해보였다"고 전했다.
의원단의 로라 리처드슨은 "카스트로는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현재 양국 사이의 상황 변화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며 "특히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카스트로의 의지가 묻어난다.
앞서 카스트로는 5일 쿠바 관영 웹사이트에 "미국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지 않고, 바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결을 존속시킬 필요도 없다"는 글을 올렸다. BBC방송은 "이번 만남은 긴장관계를 해소하려는 양국의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카스트로가 미국을 대표하는 인사를 만난 것은 2006년 장출혈 수술을 계기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이후 처음이다.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뒤 반세기 동안 쿠바를 통치해온 노 혁명가는 이제 자신의 조국을 철저히 봉쇄해온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마지막 정열을 쏟아붓는 듯하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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