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처음으로 혜성을 발견했다. 한국인 이름이 붙은 첫 혜성 '이-스완(Yi-SWAN)'은 아마추어 천문가의 30년 꿈의 결실이다.
8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아마추어 천문가 이대암(53ㆍ영월곤충박물관 관장)씨가 지난달 26일 강원 영월에서 SLR디지털카메라와 90㎜ 망원경으로 혜성 C/2009 F6를 발견, 국제천문연맹에 보고했다.
연맹은 이씨와 비슷한 시기(3월29일~4월4일)에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관측탐사선 자외선관측장비(SWAN)도 이 혜성을 관측한 점을 인정, 혜성에 두 발견자 이름을 함께 붙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준 쌍안경을 통해 별에 매료된 이씨는 30년 전 "혜성을 찾아 내 이름을 밤하늘에 남기겠다"는 꿈을 품었다. 돈 벌어 좋은 망원경 사는 데 몇 년, 서울 직장을 그만 두고 영월에 내려와 해발 700m에 집을 구하는 데 또 몇 년을 보내면서도 꿈은 바뀌지 않았다.
2007년 1월부터 본격 혜성 사냥에 나선 이씨는 날만 좋으면 옥상을 지킨 지 2,000시간 만인 지난달 26일 동트기 직전 마지막 촬영에서 1분각(60분의 1도) 크기의 청록색 천체를 포착했다.
수 만 장의 사진을 찍고 국제천문연맹에 수 차례 수정 보고 끝에 "새로운 혜성이 맞다"는 통보를 받은 그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혜성 탐색은 고정된 별자리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천체를 찾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이씨는 이 작업을 "모래사장에서 어제 쓸려온 모래와 오늘 쓸려온 모래를 가려내는 일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또 다른 별도 갖게 됐다. 이씨의 집념에 감동한 일본 동아천문학회가 1994년 발견한 소행성 7602에 '이대암(YIDAEAM)'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Yi-SWAN'은 8일 현재 카시오페아 자리에서 8.5등급의 밝기로 빛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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