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진(62)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5월로 취임 1년을 맞는다. 방송 및 통신의 심의를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이 맡도록 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방통심의위.하지만 방통심의위의 지난 1년은 쉽게 그 '정치적'이란 수식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촛불 정국의 핵심인 MBC 'PD수첩'과 미디어법안 관련 MBC 보도에 대한 제재 결정으로 많은 이들은 방통심의위의 성격과 역할을 되묻는 말들을 하곤 했다.
그런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박명진 위원장은 한때 사퇴설이 도는 등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8일 취임 1년에 즈음해 서울 목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위원장은 "벅차고 힘들었던 과정을 겪었고 이로 인해 자리를 계속 유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 위원장은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인해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교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경험이 적었고, 다양한 성향의 위원들이 모인 위원회를 매끈하게 끌고 갈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돌아갈 곳(서울대 교수)이 있어서 그런 마음이 쉽게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법 보도 관련 프로그램 징계 등으로 일었던 '정치적 심의' 논란에 대해서 박 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언론학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에 의한 공정성 심의를 놓고 '정치심의'라고 말들을 하는데 이는 '부당한 딱지 붙이기'이며 사실 나를 포함한 모든 위원은 정치적인 입장이 있어도 되도록 그런 잣대를 적용하지 않으려고 항상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논란이 부담스러워 일부 위원들에게선 정치적 뉘앙스의 콘텐츠에 대해 심의를 하지 말자는 얘기도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대화에 앞서 최근 방통심의위와 관련한 최대 논란거리였던 '방송 공정성 심의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언론학자 6명에게 방통심의위가 발주한 가이드라인은 언론통제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박 위원장은 "하필이면 이 가이드라인에 관한 보도가 MBC 뉴스데스크 심의 결과 발표 직후 나오는 바람에 우리가 이상한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며 "그동안 심의 기준이 너무 추상적인 게 많아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한 것일 뿐이고 진보, 보수 어느 쪽에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여 언론학자의 비율을 진보 쪽과 보수 쪽 1대 1로 맞췄을 정도"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향후 확정될 가이드라인에 '프로그램 간의 불편부당성'을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공개된 가이드라인에는 아직 위원회의 입장이 들어가지 않았으며 이 안의 전부를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언론자유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처럼 1개의 프로그램만 가지고 공정성을 평가하지 않고 심의 범위를 프로그램 간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진보 입장만을 옹호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더라도 이후 다른 프로그램이 다른 입장을 비중있게 다루는 방송을 한다면 공정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한데도 방통심의위에는 이와 관련한 전문부서가 없고 연간 연구비는 고작 1억3,000만원"이라며 "정부에 이 같은 아쉬움을 여러 번 전달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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