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카사위 연철호(36)씨가 받은'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0억원)'에 대해서는 거리두기를 분명히 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수억원에 대해 "저의 집(권양숙 여사)에서 받아서 사용했다"고 깨끗이 인정한 것에 비하면, 이 부분에선 자신의 떳떳함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연씨가 받은 50억원에 대해"퇴임 후 알았지만,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며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지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뒤의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호의(好意)'는 인정하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미 해명했던 내용과 동일하다.
직설적인 성격의 노 전 대통령이 강력히 부인하는 것으로 볼 때 일각에서는 실제 50억원이 연씨에게 전달된 투자금일뿐, 노 전 대통령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이 진실인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정 전 비서관이 체포됨에 따라 50억원과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50억원 전달 과정에 직접 개입해 그 돈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이 이날 체포된 정 전 비서관에게 인정할 부분과 부인할 부분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수사의 성패는 정 전 비서관 등 관련자들의 주장을 깰 증거들을 검찰이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검찰은 6일 밤 태광실업의 홍콩 법인인 APC 계좌 관련 자료 30쪽 분량을 홍콩 사법 당국에서 넘겨 받아 분석 중이다. APC 자금 중 박 회장의 배당소득 685억여원 뿐만 아니라, APC의 의심 자금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추가로 더 자료를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계좌부분(자금흐름)은 대체로 확인될 것 같다"고 말해 조만간 자금의 성격이 규명될 것임을 시사했다. 연씨 측은 그 동안 "APC 계좌에서 500만 달러를 받아 200만 달러 이상 실제 외국회사에 투자했고, 나머지는 창투사 계좌에 남아있다"고 밝혀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노 전 대통령은 혐의를 벗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자금의 일부라도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흔적이 나올 경우 검찰은 50억원의 실제 주인을 노 전 대통령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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