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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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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봄바다

입력
2009.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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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끄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가 부잣집 과부하고 배 맞추고 싶었지

어른이 부르는 동요로 이 시를 정의해 보면 어떨까? 회사 사무실에서 오십 줄에 들어선 한 남자가 이 시를 읊는다면?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마음이 오래 오래 삶을 지나왔는데도 우리들에게 남아있다는 증거다. 나이가 들수록 동심은 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방뎅이' '다라이' '젖통' '묏등'이라는 단어들은 '지'라는 종결어로 마무리되면서 얼마나 풍성하고 우스꽝스러운 시원함을 안겨주는지. 그리고 '봄바다'라는 이 시의 제목. 바다에 봄이 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구장집 마누라의 '방뎅이'를 떠올리면 봄바다 물결은 참으로 정답다.

모신과 같은 '구장집 마누라'의 몸은 대지의 모신과도 같은 몸. 그 몸 안에서 동요같은 저 시를 읊어보는 오후나 저녁은 얼마나 흥겨울까. 저 흥건한 젖무덤과 '방뎅이'의 자연들을 도시에서 혹은 도시 비슷한 문명의 한 마을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또 얼마나 푸질까.

그 순간, 한 인간의 일생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은 삶을 증거하는, 삶을 사랑하는 흔적이 되지는 않을까, 그 순간을 위해 시인은 이 시를 바친 것이리라.

허수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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