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역이 고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4월15일)을 앞두고 기념행사로 들썩이고 있다는 보도다. 북한에서는 매년 4월이 시작되면 각종 예술공연과 전람회를 비롯해 김일성화 축전, 영화제, 횃불행진, 경축무도회,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 등이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올해는 5, 10년 주기의 '꺾어지는 해'는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행사 열기가 높다고 한다. 김정일 3기체제를 출범시킬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 개막(9일)과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 발사 등으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된 때문이다.
▦3년 뒤 2012년의 김 주석 탄생 100주년 행사는 훨씬 더 성대하게 열릴 게 틀림 없다. 더구나 이 해는 북한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목표로 설정한 시한이다. 1998년 8월22일자 노동신문 정론에서 처음 제시한 강성대국은 정치사상, 군사, 경제 분야에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한다는 북한의 부국강병책이다. 1994년 김 주석 사망 후 '고난의 행군'을 딛고 일어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세운 '우리식 사회주의' 의 비전이기도 하다. 북한은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로 정치사상강국ㆍ 군사강국을 달성했고, 이제 경제강국만 이루면 된다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7일자 노동신문은 '강성대국 대문을 두드렸다'는 제목의 정론에서 광명성 2호 발사를 '민족사적인 경사'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강성대국의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우리 심장을 쾅쾅 울려주는 소식"에 "내 나라의 국력에 대한 자랑으로 온 나라의 집집들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궤도 진입 실패 판정과는 달리 광명성 2호가 지구궤도를 선회하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도 버젓이 펴고 있다. 역시 궤도 진입에 실패했던 1998년 8월의 광명성 1호 발사 때도 그랬지만 상식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자력갱생과 혁명적 대고조 운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체제효율이 떨어진 데다 군사부문의 과도한 비중을 감안할 때 북한이 자력갱생만으로 경제강국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것은 고사하고 주민들의 배고픔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전문가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 힘으로 경제난과 빈곤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 스스로 문을 닫아 걸고 있으니 외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래서 자력갱생만 외칠 수밖에 없을 터이다. 김정일 체제가 언제쯤 현실을 직시하게 될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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