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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G20 정상회의는 선(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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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G20 정상회의는 선(善)인가?

입력
2009.04.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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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런던 G20 정상회의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 국제금융계에서 사부 대접을 받는 조지 소로스 회장은 "각국이 실질적인 위기극복에 나섰다고 말할 수 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라며 회의 결과에 반색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우리에게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미국 서브프라임사태가 세계 경제위기로 번지면서 국내에도 현재의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비판서가 봇물 터진 듯이 소개됐다. 하지만 정작 파생상품 투기의 원조격인 소로스가 이미 서브프라임사태 훨씬 전부터 국제금융체제의 개혁을 주장해왔다는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소로스는 1990년대 후반에 쓴 <세계자본주의의 위기> 부터 지난 2월 국내에 소개된 <2008 금융위기 대해부>라는 책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과열(boom)과 붕괴(bust)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국제금융시스템의 본질적 불안정성을 지적해왔다. 따라서 위기를 증폭시키는 파생상품이나 금융 건전성을 감독할 국제적 금융감독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그는 현재 국제금융시스템이 소수의 '중심국'에만 유리하게 작동되는 반면 다수 '주변국'에는 희생을 강요하는 체제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 강화나 보다 공정한 대체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소로스의 개혁론은 '중심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면서도 자유주의시장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예방적 주장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나온 IMF 등에 대한 1조1,000억달러의 추가기금조성 및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B) 설치 합의는 공교롭게도 소로스의 예방적 주장과 대개 합치한다.

문제는 이런 식의 해법이 우리의 장기적인 이해에도 부응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국제금융체제에서 우리나라 같은 '주변국'들이 겪은 가장 큰 고통은 투기자본 감시나 비상시 금융지원의 유무 보다 더욱 근본적인 불공정 상황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중심국'들의 일방적 금융조작에 따른 피해가 그것이다.

1994년 말 멕시코 페소화 위기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실질금리가 멕시코 보다도 높아지자 멕시코에서 투자자금이 갑자기 이탈하면서 빚어졌다. 또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역시 미국과 일본 등의 이해에 맞춰 급격히 진행된 엔화 반락으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수출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당시 멕시코나 아시아 각국에 위기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때 미국과 일본은 금리나 환율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주변국'에 미칠 파장을 조금이라도 감안했어야 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합의는 이런 근본적 불공정 문제를 애써 배제한 채 개량적 해법을 낸 것에 불과하다.

사실 철저한 이해에 따라 작동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공정한 심판이나 정의로운 후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환상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로서는 G20 회의를 통한 활동과 별도로, 중국이든 아세안(ASEAN)이든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고 '중심국'의 금융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통화금융블럭을 구축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장인철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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